[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LTE(롱텀 에볼루션)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중고 휴대폰 시장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기종이 다양해지며 이용자의 교체 시기가 빨라진데다 중고폰의 품질도 좋아지고 있어서다.
24일 중고폰 장터를 운영하는 모바일 포털 세티즌에 따르면 2011년 이 사이트에서 이뤄진 중고폰 거래는 약 15만건(약 189억원 상당)에 달한다. 2010년 10만1000건(140억원) 대비 50% 가량 늘어난 것이다. 2009년에는 7만7000건(113억원)이 거래됐다. 현재 인기 제품인 아이폰, 갤럭시S의 경우는 40만~5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세티즌 관계자는 “새 휴대폰을 갖고 싶어하는 수요자가 늘면서 중고폰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며 “출시된 지 1년이 안된 휴대폰은 상태가 멀쩡해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폰은 중고폰 시장에서 ‘귀빈’ 대접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거래 건수는 삼성 갤럭시S가 가장 많지만 가격은 아이폰이 더 높게 형성돼 있다. 아이폰4는 출고가가 81만4000원으로 갤럭시S2보다 2만7000원 가량 싸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이 사이트에서는 48만6000원으로 갤럭시S2보다 5000원 비싸게 거래됐다.
온라인 전자기기 장터 다나와 관계자는 “갤럭시S는 안드로이드OS(운영체제)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데 비해 아이폰은 새 OS iOS5로 업데이트가 가능해 중고라도 매력적”이라며 “애플만의 ‘리퍼’(불량품을 신품으로 바꿔주는 제도) 정책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도 중고폰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중고폰 재활용 프로그램인 ‘T에코폰’ 서비스를 출시했다. 품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직접 중고폰을 매입, 감정평가를 거쳐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한다.
출시 첫달인 작년 8월 거래량은 28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달에는 1만4000대나 팔렸다. 회사 측은 연간 20만~30만대 가량의 중고폰이 이 사이트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KT도 유사 서비스인 ‘그린폰’ 서비스를 5월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5월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유심(USIM) 이동에 대한 불편이 사라지기 때문에 중고폰 거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폰 가격을 낮추기 위해 현재 통신사가 단말기 식별번호(유심 칩)를 등록, 관리하던 제도(화이트리스트)를 폐지하고 공인기관에서 문제가 있는 단말기만 등록, 관리하는 제도(블랙리스트)를 도입한다. 유심을 개인이 관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통신사에 얽매이지 않고 휴대폰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