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LTE `과속스캔들`

김정민 기자I 2011.10.16 10:07:05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우리나라 패스트푸드의 원조는 롯데리아다. 지난 1979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1호점을 열었다. 1984년 KFC가 합작형태로 국내에 진출하면서 패스트푸드점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패스트푸드 업체가 늘어나면서 정해진 시간내에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곳이 나오는 등 속도 경쟁도 치열해졌다.

경쟁이 항상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시간내 배달을 지키기 위한 과속과 신호위반으로 오토바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30분 배달보증제`를 시행하던 한 피자업체는 배달원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이를 폐지하기도 했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속도 경쟁은 이동통신사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이통사는 속도에 회사의 생존을 건다.

2G에서 3G 그리고 4G로 넘어가면서 전송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SK텔레콤(017670)이 지난달 28일 국내 최초로 LTE 서비스를 선보였다. `명불허전`이다. 고해상도 영화 1편을 내려 받는데 2분이면 된다. 음악파일은 1분에 138곡(4MB기준)을 다운 받을 수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무색하다.

그러나 세상 일이라는 게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문제는 요금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LTE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없앴다. 빨라진 만큼 사용량이 늘어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 또한 커진 때문이다.

SK텔레콤이 내놓은 LTE 전용 요금제를 보면 월정액 5만2000원짜리의 데이터 제공량이 1.2GB다. SK텔레콤은 3G 이용고객들이 월 평균 1.1GB를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해 데이터 한도를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1.2GB로는 영화 1편 다운 받기 어렵다. 4G시대에 3G속도의 이용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한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인해 함부로 영화 관람을 즐기다가는 요금폭탄을 맞기 십상이다. 데이터 한도를 초과하는 순간부터 요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에 `손안의 영화관` 광고 중단을 요청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속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패스트푸드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최적화된 음식이다. 주문후 10분이면 음식이 나오고,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을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슬로우푸드` 바람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효율성`만으로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LTE는 통신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을 진일보한 기술이다. 빠른 속도 덕분에 원격 진료가 가능해지고 홈쇼핑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요금이 올라간다면 과연 소비자의 행복지수도 올라갈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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