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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홈쇼핑 높은 수수료에 중소기업 `휘청`

김유성 기자I 2011.10.09 10:17:21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유통 대기업과 입점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백화점·홈쇼핑 등 유통 대기업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M백화점에 입점한 남성 신사복 A 업체는 매장 매출의 37%를 판매 수수료로 내고 있다. 매장 매니저 수수료에 인테리어비, 할인행사와 같은 이벤트 비용까지 합하면 매출액의 약 50%가 수수료로 나간다. A 업체 관계자는 "수수료가 높아 밑지는 장사를 하는 달이 잦지만 백화점 브랜드라는 간판 때문에 남아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 빅3의 판매수수료율은 29.33%다. 이중 롯데백화점은 30.87%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의류, 식기, 화장품, 생활 잡화 순으로 판매 수수료율이 높았다.

게다가 백화점의 판매 수수료는 해마다 오르고 있다. 2008년 28.85%, 2009년 29.04%, 2010년 29.33% 등으로 상승세에 있다.

판매 수수료율이 높은 것은 TV홈쇼핑도 마찬가지. 장병완 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GS, CJ, 현대, 롯데, 농수산 채널 모두 판매수수료율이 30%를 넘고 있다. 모델료, 게스트 출연료, 방청객 동원비, 세트 제작비, 배송료까지 포함하면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다.

높은 수수료에도 중소기업이 백화점·홈쇼핑에 입점하는 것은 판로 및 인지도 확보에 있다. 이들의 눈 밖에 나면 당장 제품을 팔 수 있는 판로가 막힌다. 이때문에 중소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한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드럭스토어에 제품을 납품하는 D화장품 사장은 "백화점·TV홈쇼핑 입점이 브랜드 가치를 올려준다고 해도 수익면에서 보면 실속이 없다"며 "장사를 잘하는 것은 겉모습 뿐이고 손에 쥐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거래를 했던 의류업체 관계자는 "높은 수수료율이 백화점 거래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유통 구조상 백화점의 자발적 노력 없이 수수료 인하는 어렵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40% 이상 올랐지만 백화점은 입점 업체에 어떤 배려도 없다"며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위해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유통 대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난 9월6일 11개 대형 유통업체 경영자들이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해 판매 수수료를 3~7% 인하하자는데 합의를 했지만 실제 행동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실제 지난 6일 있었던 백화점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간 수수료 인하 합의를 위한 자리는 성과 없이 끝났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의 판수수료율 인하 움직임이 미진하자 이들에게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관련 비용을 심층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반성장위에서도 대기업 유통사와 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한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높은 판매 수수료와 불공정 거래 관행이 정부의 개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대기업 유통사의 판매 수수료 문제는 대중소기업간 구조적이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단시간에 해결하기 힘들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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