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포스코와 아르셀로미탈의 상반된 재무전략

이태호 기자I 2010.11.05 09:06:00

아르셀로미탈 `재무건전성` 포스코 `외형성장` 집중
"실적 회복 속도 차이 기인"..신용등급은 동반 하락

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04일 09시 0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철강업계 M&A 경쟁`의 상징이었던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과 `세계 최고의 재무안정성`을 대변해온 한국의 포스코(005490)가 금융위기 이후로 과거와 상반된 재무전략을 펼치고 있다.

세계 철강업계 1위 아르셀로미탈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철강시황의 회복 지연에 대응하기 위해 외형을 축소하고 빚을 갚아 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는 반면, 포스코는 대형 M&A를 성사시키며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08년 3분기말 이후로 아르셀로미탈은 순차입금을 3분의 2로 축소했고, 포스코는 오랜 무차입 경영을 완전히 깨버렸다.

▲ 포스코와 아르셀로미탈의 분기별 차입금규모 변화(자료: 각사 공시자료)
4일 회사채시장에 따르면, 포스코는 전날 5000억원의 5년만기 공모회사채 발행을 확정지었다. 지난 8월에 5000억원, 10월에 7억달러를 운영자금 용도로 발행한 데 이어 이번 발행까지 합하면 4개월여 만에 2조원에 가까운 돈을 자본시장에서 빌려오게 된다. 포스코는 또 올 8월에 3조3700억원을 투자해 지분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68%를 인수했으며, 현재 1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노르웨이 금속실리콘 제조업체 엘켐사 인수를 검토 중이다.

포스코의 총차입금은 올 상반기말 현재 7조5400억원으로, 2008년 3분기말 이후 85% 급증했다. 2004년 이후 마이너스 1조원 수준을 기록해오던 순차입금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섰다. 2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잠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자금 반영 이후 증가세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아르셀로미탈(무디스 Baa3, S&P BBB-, 피치, BBB)은 금융위기 이후 차입금 축소에 집중해왔다. 올 3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9월말 현재 회사 순차입금(IFRS 기준, Net Debt 항목)은 221억달러(약 24조6000억원)로 앞서 정점을 찍었던 2008년 3분기말 당시 325억달러에서 32% 줄었다. 또 차입금 가중평균 만기는 5년으로 2008년 3분기 2년6개월에서 두배 가까이 늘렸다. 은행차입금 비중을 기존 75%에서 30% 미만으로 줄이고, 채권을 15%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한 덕분이다.

▲ 포스코와 아르셀로미탈의 재무지표. 포스코의 1~3분기 EBITDA는 편의상 영업이익(잠정치)에 1.5조원을 더해 표시함.
재무전략의 변화는 최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9월 한 강연에서 아르셀로미탈의 성장전략을 예로 들며 "우리도 앞으로 M&A 기회가 있다면 거침없이 하도록 하겠다"고 호기를 보인 반면, 정작 아르셀로미탈의 락시미 미탈 회장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4분기 전망 역시 조심스럽다(cautious)"며 잔뜩 움츠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자신감의 차이는 상당 부분 최근 실적에 기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의 올 상반기 에비타는 4조3000억원으로 금융위기 전인 2008년 연간 에비타 8조4000억원의 절반을 웃돌았지만, 아르셀로미탈은 49억달러의 에비타를 기록해 이 비율이 20%에 그쳤다. 이에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 2일(현지시간) "최근 몇개 분기 동안 뚜렷하게 나타났던 철강시장의 회복이 늦춰진(stalled)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아르셀로미탈의 신용등급을 `BBB-`로 한단계 떨어뜨리기도 했다.

한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아르셀로미탈 경우 기반을 두고 있는 유럽 쪽의 업황회복이 더뎌 포스코에 비해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국내 조강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포스코의 경우 업황은 많이 회복된 것으로 평가되며,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연결될 것인가에 평가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의 경우 철강업황보다는 확장전략이 신용을 더 깎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무디스는 지난 8월 포스코의 공격적인 재무레버리지 확대를 주요 리스크로 꼽으면서 신용등급을 기존 `A1`에서 `A2(Negative)`로 떨어뜨렸다. 포스코가 신용등급 하락을 경험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1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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