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큰 교훈중의 하나는 각국이 정책협조를 해야 정책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개방되고 통합된 세계경제 환경하에서 한 국가의 개별적인 정책의 효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동아시아경제학회 주최 제12차 국제학술대회 만찬강연회 참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경제의 도약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아시아경제는 위기의 진원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난 90년대말 아시아 금융위기와 비슷한 큰 충격을 경험했다"며 "그러나 이후 아시아경제는 선진국보다 훨씬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세계경제 회복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김 총재는 아시아 경제의 빠른 회복의 배경으로 ▲아시아 경제의 역동성 ▲포화되지 않은 방대한 시장 ▲풍부한 성장잠재력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 등에서 찾았다. 하지만 수출주도형 성장으로 인해 높은 대외의존도를 기록, 역외수요 충격에 매우 약한 취약성도 함께 노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총재는 "내수 확충을 통한 균형성장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금융시스템 개선, 사회안전망 확대 등을 통해 예비적 저축유인을 줄여 소비여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종전의 생산요소 투입 증대에 의존한 `외연적 성장(extensive growth)`에서 탈피해 생산성 향상을 통한 `내연적 성장(intensive growth)`을 추구해야 하고, 녹색성장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김 총재는 역내시장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아시아국가들은 양자간 외환스왑협정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를 다자간 협정으로 재편하는 등 역내협력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도 G20정상회의 의제로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을 공식 제안하는 등 역내 금융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김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의 구축에 아시아국가들이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동아시아경제의 기여 없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쉽게 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들도 글로벌 금융안정망을 구축하는데 있어 신흥개도국들과 협력해야 한다"며 "이는 특정지역의 국가들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경제를 건전하게 관리해온 국가들이 경제위기의 큰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하려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