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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노믹스)검은 돈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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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기자I 2010.06.01 10:00:00
[이데일리 김윤경 기자] 지중해 한 가운데에서 총상을 입은 채 표류하고 있던 한 남자가 구출된다. 의식을 찾았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단서는 등에 입은 총상, 그리고 엉덩이에 박혀 있던 작은 캡슐 속에서 나온 스위스 취리히 게마인샤프트 은행의 비밀계좌 번호 뿐이다.


은행을 찾은 그는 비밀금고에 보관돼 있던 자신의 소지품들을 꺼내 본다. 여러 나라의 여권과 화폐들, 그리고 총. 혼란은 더 깊어질 뿐이다. 파리에선 `제이슨 본`이었으며 이외에도 여러 국적과 이름으로 활동했음을 알게 된 그는 정체성 찾기에 나서게 된다.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는 이렇게 시작된다

스위스는 이처럼 수많은 영화에서 비밀금고의 대명사로 등장해 왔다. 300년 넘도록 은행 비밀주의를 고수해 온 나라로 1934년엔 이것이 아예 법제화했다. 개인 정보는 철저히 비밀이며 이를 침해하는 것이 범죄인 나라다. 회사가 올린 소득의 전부 혹은 일부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조세피난처이기도 하다. 이러니 전세계 `검은 돈`들이 스위스로 향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공고했던 스위스 비밀금고가 요즘 열리고 있다. 이유는 바로 금융위기로 인한 재정난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있는대로 풀어 부양에 나섰고 그 결과 곳간은 비었다. 따라서 세수를 늘려야 하기에 탈세와의 전쟁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됐다. 글로벌 금융 거래의 불투명성 문제가 금융위기로 인해 더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취임 전부터 탈세를 강력하게 비난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 중심에 서 있다. 미국은 스위스 UBS가 탈세를 조장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초 UBS는 결국 탈세 혐의가 있는 250~300명의 정보를 미국에 넘겼다. 스위스 은행이 비밀유지를 포기했다는 점은 매우 상징적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국세청도 4개 기업과 사주가 탈루한 비자금을 적발해 세금을 물렸고, 스위스 비밀금고까지 열어내 화제가 됐다.

그렇다면 과연 은행 비밀주의와 조세피난처는 지구촌에서 결국 사라지게 될까. 쉽지는않아 보인다. 
 
스위스 국민들은 비밀주의 유지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 은행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령 케이만군도를 포함해 상당수 조세피난처와 관련이 있는 영국도 곤란한 입장. 가뜩이나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 때문에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유럽 헤지펀드들의 퇴각도 우려되고 있는데다 조세피난처 규제 강화까지 감안하면 경제적 타격은 메가톤급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한 곳이 막히면 다른 곳이 열릴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돈의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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