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저금리 환경에 놓인 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 가격이 나란히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달러는 경제지표 호조에 약세를 나타내는 일이 잦아졌으며, 상품 가격은 수급보다는 달러의 등락에 연동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다만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경기 회복세가 조금씩 뚜렷해짐에 따라 시장의 움직임은 전통적인 상식을 되찾아갔다. 내년에도 최근의 흐름이 이어지며 경기 회복에 따른 주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기대되고 있다.
◇ 주식과 채권의 동반 등락
전통적으로 주식과 채권은 반대로 움직인다. 주가가 상승하면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고 가격은 하락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식은 올해 상반기 동안에는 통하지 않았다.
|
배리 내프 바클레이즈 스트래티지스트가 지난 1974년부터 2009년까지 국채와 주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10년물 금리가 5% 이하일 때 금리와 주가는 정(正)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면 금리가 5% 이상일 때는 부(負)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지난 24일 현재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79% 수준이다. 여전히 정과 부의 상관관계의 기준이 되는 5%는 밑돌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지속된 경제지표 호조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 입찰이 잇따른 영향으로 국채 수익률과 주식은 전통적인 역의 상관관계를 되찾았다.
◇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기준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시장별 등락의 가장 큰 기준이 된 것은 자산의 위험성 여부였다. 동일한 재료가 등장했을 때 위험자산이냐 안전자산이냐에 따라 등락이 엇갈린 것이다.
경제지표의 호조는 전통적으로 주가와 달러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난해 큰 폭의 자산가격 붕괴 이후 올해는 경제지표 호조가 위험자산인 주식의 상승을 부추기고, 안전자산인 달러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해졌다. 지표의 부진은 그 반대 현상을 일으켰다.
달러는 또 국제 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상품은 수요와 공급보다도 달러 가치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라 등락을 달리했다.
다만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경제지표와 달러의 상관관계가 과거의 상식으로 복귀했다. 경기가 회복되면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왜곡된 흐름의 원인이 초저금리에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내년에도 꾸준한 주가 상승 전망
|
데이비드 비앤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 미국주식 담당 스트래티지스트는 "S&P500 지수의 경우 내년 15% 정도 상승한 1275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BAML가 추정한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 3.2%를 4배 이상 웃도는 속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향후 경기 회복 속도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경기와 기업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달러는 경기 회복세에 따라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룸붐앤둠의 편집인인 마크 파버는 29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주가와 달러는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지속된 역의 상관관계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달러는 유로에 대해 5~10%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유가는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인해 올해보다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8년과 같은 급등은 나타나지 않고 상향 안정 추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박양수 박사는 "일각에서는 달러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된다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뢰 저하는 달러 매도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