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또한 이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올해를 2006년의 연장선 상에서 한국영화산업의 위기로 치부하는 단편적인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투자가 위축되고 그에 따라 제작 편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그 근거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는 작년 한 해 한국영화산업을 부진의 늪으로 몰았던 대표적 요인들이 제거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영화산업 실적에 대한 평가의 잣대를 어디에 둘 것인가 에서부터 초점이 일관성을 잃은 것 같다.
지난 해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무려 60.4%로 2005년의 54.9%에 비해 괄목할 만한 상승을 보였다. 또 작년 한 해 개봉된 한국영화는 최초로 100편을 넘겨 118편에 이르렀고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새로 쓴 ‘괴물’을 포함해 6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영화도 3편, 아니 2005년 말에 개봉된 ‘왕의 남자’를 포함한다면 무려 4편이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 해 한국영화가 “죽을 쑤었다” 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편당 관객이 6.7%나 감소했고, 또 BEP를 넘긴 작품이 10여 편에 불과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여기서 편당 수익률이란 동일한 잣대를 올해에도 적용하면, 올 한해 영화업계의 전망은 그 어느 때 보다 밝다고 볼 수 있다.
기술개발이나 획기적인 BM(business model)에 의해 생성되는 신 산업이 아닌 한, 어떤 산업이나 여러 지표를 통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수준의 성장잠재력을 갖는다. 영화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와도 전국민을 매일 극장으로 모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크린 수나 관객의 증가 추이로 보았을 때, 한국영화산업은 연간 7~10% 정도의 성장곡선을 그려왔고, 또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안정적 성장추이와 천만 관객 시대의 도래 등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의 자금유입 러쉬와 결합하면서 단기간 내에 실적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로 영화산업을 주목하고 자원의 투입이 집중된 것이다. 하지만, 그 도가 너무 지나쳤다. 연간 10% 선의 성장잠재력을 갖는 시장에 40% 이상 증가된 수의 작품들이 쏟아져 들어왔으니 그 결과는 굳이 파고들지 않아도 당연한 것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사실이 있다. 영화는 작지 않은 규모의 산업을 형성하고 있고 다분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제작되지만, 기본적으로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그러한 전문성이 산업내부의 인적 네트웍과 맞물려 산업으로서는 비교적 강력한 진입장벽을 구성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진입장벽이 원천적으로 재화의 창출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행성과를 통해 비로소 그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2006년의 영화시장은 이러한 증명의 장(場)으로 점철이 된 듯하다.
태원엔터테인먼트도 지난 해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5편의 한국영화를 개봉했고 ‘가문의 부활’(5위)과 ‘맨발의 기봉이’(8위)를 한국영화 흥행순위 10위권 이내에 올려놓았다. 올해도 비슷한 수의 영화를 제작하고 개봉할 계획이지만, 작년에 비해 훨씬 더 훌륭한 실적을 자신한다.
태원 뿐 아니라, 건실한 준비과정을 거친 상당 수의 제작사들이 작년을 상회하는 성적표를 받아 들 것이다. 작년 한 해 영화계를 과당경쟁과 혼란으로 이끌었던 요인들이 상당부분 해소되었고, 또 실패의 경험들이 지식과 노하우(know-how)로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수준미달의 작품들은 아무리 마케팅에 돈을 들여도 결국 실패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고, 또 스스로의 제작 역량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을 것이다. 또 투자자들의 일시적인 움츠림은 한편으로는 작품에 대한 추가적인 필터링의 기능을 제공하기도 하고 성공작들의 탄생을 통해 정상적인 활기를 찾아 갈 것이다.
작년 한 해 우리가 목도한 과열경쟁은 일시적인 수익성 악화를 불러드렸지만 한 편으로는 엄존하는 영화산업의 진입장벽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었고, 그 과정을 뚫고 활력을 유지하는 실력 있는 제작사들에게는 향후 독점적 우위를 향유할 기반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국민소득수준이 향상되고 문화생활에 욕구가 증가하는 한, 한국영화산업은 그 규모 측면에서 결코 성장을 멈추거나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비정상적 경쟁환경에서 벗어난 올해 한국영화업계 실적을 즐겁게 기대해 본다.
태정호 사장 | |
<약력> | |
서울대 경영학과 | |
서울대 경영학 석사 | |
삼성SDS | |
다우기술 상임감사 | |
UDS(現 유니텔네트웍스) 대표이사 | |
한국위치정보 상무이사 | |
태원엔터테인먼트 | |
1995 태원엔터테인먼트 설립 | |
1999 스펙트럼DVD 설립 | |
2004 스펙트럼DVD 코스닥 상장 | |
2005 스펙트럼DVD 태원엔터테인먼트 인수 | |
2006 스펙트럼DVD 태원엔터테인먼트로 사명 변경 | |
자회사 영화 및 음반사업 태원엔터테인먼트로 이관 | |
맨발의 기봉이, 가문의 부활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