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인기자] 미국 유명 커피체인인 캐러부 커피(Caribou Coffee)는 지난해 증시에 상장했다. 당시 일부 예리한 투자자들은 회사 정관에 특이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돼지고기나 포르노는 팔지 않겠다` 그리고 `이자를 주거나 받지 않겠다` 고?
미국 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의 산물인 중동지역 `오일머니`를 자금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슬람 코드에 맞도록 스스로를 바꿔 나가고 있다. 정관을 바꾸고 수익 분배방법을 바꾸고 때로는 영업방식도 바꾼다.
일례로 캐러부는 정관에 2개 조항을 삽입함으로서 이슬람 율법체계인 `샤리아(Shariah)`에 부합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12일 AP통신에 따르면, 캐러부는 그 후 무슬림 투자자들로부터 열렬한 러브콜을 받는 대표적 서구기업 중 하나가 됐다.
`샤리아`는 돈으로 돈을 버는 이른바 `리바(이자, 웃돈)`를 금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조항은 고리대금을 금하는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자를 주고 받는 것을 금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슬람 투자자들은 자동차 대출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무디스 투자서비스의 중동 담당 부사장인 카리드 호우라다는 이를 두고 "많은 무슬림들은 정규적 투자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이익도 내지 못하는 현금을 그냥 들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고유가로 오일머니 규모가 급증하면서, 중동 투자자들은 자신의 신념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돈을 굴릴 수 있는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미국 기업과 월가도 무슬림의 존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우존스는 이슬람 관련 지수를 만들기 위해 지난 1999년 6명의 샤리아 학자를 고용한 바 있다. 다우존스 5000개 기업중 머크와 화이자,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마이크로소프트(MS), 휴렛팻커드(HP) 등 1800개 기업이 샤리아식 표준에 걸맞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다우존스는 60개의 이슬람 관련 지수를 관리하고 있다. 카리드 부사장에 따르면 현재 이슬람 관련 지수에 연동해 움직이는 자금 규모가 55억달러에 달하며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다우존스 이슬람 투자지수의 구성종목인 한 기업은 최근 멕시코만의 천연가스 생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억6600만달러 규모의 수쿠크(이슬람 채권)을 발행했다. 독일 작슨-안할트주는 씨티그룹이 운용하는 1억달러 규모의 유로화 표시 변동금림부채권을 발행했다.
수쿠크는 이자 대신 `임대료` 명목으로 일정한 수익금을 지불한다. 이 증서는 일반 채권처럼 지급의무를 표시한 게 아니라 기계나 설비 등의 소유권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쿠크 보유자는 기계나 설비 가동에 따른 이윤을 일부 나눠먹는 셈이다.
사투르나 캐피탈이 운용하는 펀드의 성장은 무슬림들의 투자 열기를 잘 반영한다. 사투르나는 샤리아에 부합하는 두 개 펀드를 운용중인데, 운용자금은 2002년 3400만달러에서 현재 3억3100만달러 규모로 급성장했다.
뮤추얼 펀드 평균에 비해 여전히 작은 규모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무슬림인 모아잠 아메드는 "사투르나의 펀드에 대한 소식을 듣자마자 가지고 있는 자금 모두를 옮겼다"며 "투자 수익이 그간 경험했던 어떤 것보다도 훨씬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