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같은 현상은 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맞물린 수요 증가의 결과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브로드컴, 인텔, 퀄컴 등 주요 빅테크들이 첨단 공정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TSMC를 향한 반도체 생산 주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AI 반도체가 기존 그래픽저장장치(GPU) 중심에서 중앙처리장치(CPU)와 맞춤형 칩(ASIC) 등으로 확장되며 파운드리 수요 기반 자체가 넓어진 영향도 크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유도하면서 TSMC의 생산 거점 다변화 전략이 맞물린 점이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고객사들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 변경이나 생산 파트너 다변화를 검토하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파운드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공급 차질과 비용 상승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멀티 파운드리’ 전략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해석한다. 공급 안정성과 가격 협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복수의 생산 파트너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역할 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 경험을 확보한 데 이어 2나노 공정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일부 고객 물량을 흡수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2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중 가동에 들어가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TSMC가 여전히 수율과 생태계 측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점유율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기술 경쟁뿐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빅테크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며 “특정 파운드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공급망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