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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원화 초강세, 누가 울고 누가 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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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18.01.03 16:57:03

원·달러 환율 급락…어느새 1060원대까지
환 변동 취약한 中企 비상…대기업도 '촉각'
내수기업 "반가운 원高"…항공업계도 '好好'

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강경래 김정남 신정은 김정현 기자]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A사의 한 임원은 무술년(戊戌年) 들어 부쩍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 등지에서 일본 경쟁사를 제치고 디스플레이 장비 공급계약을 독식했다. 그만큼 기술력이 있는 업체다. 여기에 더해 가격 경쟁력도 한 몫했다고 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걱정이 커진 건 지난해 말부터다. 지난해 9월 말 한때 1140원을 넘던 원·달러 환율이 단박에 1100원 아래로 급락(원화 가치 급등)했을 때다. 덩달아 원·엔 환율도 이때 가파르게 하락했다. 원화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악재가 현실화한 것이다. 특히 엔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임원은 “원화 초강세에 가격 경쟁력이 10% 정도 떨어진 상황”이라며 “당장 수익성도 문제이지만 앞으로 수주 경쟁에서 일본 업체에 밀릴 수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中企 환 리스크 ‘비상’

원화 초강세가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우리 산업계, 특히 환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율 변동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게 주된 평가다. 그럼에도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갑작스러운 원화 강세는 달갑지 않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는 최근 한국은행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한은이 지난해 12월 11~18일 전국 331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6%는 ‘환율’을 답했다. 지난해 5월(9.6%)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수출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대비를 제대로 못한 상태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전문인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환 변동 상품들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가격 경쟁력이 여전히 중요하다. 환율 충격을 기업이 떠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단기적으로 국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1.3%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별로는 자동차와 선박 등 운송장비(-4.0%) 쪽 피해가 크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3.0%), 기계장비(-2.8%) 등도 원화 강세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완성차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릴 때 연간 수출액이 약 4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공장이 수혜를 입는 측면도 분명 존재하지만, 부담이 없지는 않은 것이다. 반도체 업종도 환율 변동에 따라 영업이익이 영향을 받는 구조를 갖고 있다.

수출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특히 원·엔 환율 급락을 주시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과 주력 업종이 겹치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전자업계가 대표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5% 더 떨어질 경우 수출은 1.4% 감소하고 성장률은 0.2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수기업 “반가운 원高”

그렇다고 모두가 울상인 건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항공업계다. 항공사는 항공기 임대료와 외화부채를 대부분 달러화로 갚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이 1050원을 기록할 경우 대한항공(003490)의 영업이익이 1000억원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기업도 원고(高)가 반갑다. 최근 한은 BSI 설문조사를 보면, 지난해 12월 수출기업의 업황 BSI는 한달 새 5포인트 하락(92→87)했다. 환율 급락 탓이다. 하지만 내수기업의 경우 77을 유지했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내수기업은 경우 원유나 원자재 수입이 제조원가로 반영되는데, 환율이 하락하면 제조원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내수기업에는 우호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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