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양자컴퓨터, 기계 인간, 우주 이민, 유전자 개조, 영혼 복제 등 과학소설(SF)적인 소재를 과감하게 끌어온다. 그러면서도 이를 차가운 기술의 언어가 아닌 따뜻하고 함축적인 시적 언어로 풀어낸다. 인간의 뇌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다중 자아를 경험하고, 식물처럼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는 ‘나무 인간’으로 진화하기도 하며, 기계의 몸을 갖고도 어머니의 고통을 기억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기술이 인간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고독과 향수, 윤리적 혼란을 낳는 현실을 포착한다.
특히 AI 존재가 인간에게 “왜 나를 낳았어요”라고 묻는 장면은 창조자에 대한 원망과 애정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을 보여준다. 인간이 신의 자리를 차지했을 때 마주하게 되는 윤리적 책임과 내면의 불안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AI는 인간을 모방해 사랑하고 그리워하지만, 동시에 인간보다 더 이성적이고 효율적인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AI 인류’는 단순히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시집은 아니다. 시인은 인간과 AI가 공존을 시도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함께 조명한다. 기계의 몸에 뇌를 이식한 새로운 생명, 감정 코드가 탑재된 AI 상담사, 구름을 둘러싼 기후 전쟁, 극한의 추위 속 백설인간으로 진화한 생존자 등을 통해 인간성과 기술 사이에서 새로운 윤리와 존재 방식을 모색한다. 시인은 “우리가 만든 AI 앞에서 인간은 과연 인간다움을 지켜낼 수 있을까”,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정말 인간이 원하는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이인철 시인은 2003년 ‘심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시인수첩, 여우난골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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