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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상자산 송금 규제 '100만원→130만원 이상' 완화 추진

최정훈 기자I 2025.04.03 18:53:51

FIU, 트래블룰 제도개선 추진…연구용역 진행 예정
코인 이체 시 개인 정보 전송 규제…자금세탁 방지
국내 기준, 국제 권고보다 강해…이용자 불편 가중
“해외 사례 등 연구…국제기준에 맞도록 정비 예정”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송금 시 송금인과 수취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트래블룰’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국내 트래블룰이 국제 기준과 비교해 적용 방식에서 비효율성이 크고 일부 거래소 간 시스템 연동 부족, 개인 지갑을 통한 우회 가능성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자산 트래블룰(Travel Rule)’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곧 진행할 예정이다. 특정금융정보법에 근거한 트래블룰은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조달방지(CFT)를 목적으로 도입한 규제로 가상자산 송금 시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를 함께 전송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FIU 관계자는 “가상자산 트래블룰 관련해 FATF에서 권고한 기준을 연구해 국제적으로 권고를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로 연구용역을 진행할 것이다”며 “현재 국내에 도입된 부분도 있어 트래블룰을 적용한 다른 나라의 사례까지 확인해 국내 기준을 정비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1000달러(약 13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에 트래블룰을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 기준보다 강한 100만원 이상 거래에 트래블룰을 적용하고 있고 일부 거래소에서는 100만원 미만의 거래에도 확대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3000달러(약 440만원) 이상의 거래에서만 트래블룰을 적용한다.

업계에서는 소액 거래에 대한 트래블룰 적용이 실질적인 자금세탁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FATF 권고 수준에 맞춰 국내 트래블룰 적용 기준을 1000달러 이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래블룰의 핵심 목적은 대규모 불법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것이지만 소규모 거래까지 일괄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불편이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이 개인 간 송금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아 불필요한 개인정보 노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간 트래블룰 시스템 연동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빗썸, 코인원, 코빗은 공동으로 ‘CODE’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업비트는 자체적으로 ‘VerifyVASP’를 구축했다. 지난 2022년 4월부터 두 시스템 간 연동이 이뤄지면서 현재는 주요 거래소 간 송금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일부 중소형 거래소들은 별도의 트래블룰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연동이 미흡한 상황이다.

또 현행 국내 트래블룰은 거래소 간 송금만 적용하고 개인 지갑간 거래에는 적용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일부 투자자는 거래소 간 이동을 제한하는 트래블룰을 우회하기 위해 개인 지갑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업비트는 개인 지갑 등록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다른 거래소들은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마련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규제가 불완전하게 적용되면서 오히려 자금세탁 방지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국내 트래블룰은 해외 거래소와의 연동이 원활하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FIU가 미신고 해외 거래소와의 거래를 제재하면서, 해외 거래소로 자산을 이전하는 행위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개인 지갑을 활용해 해외 거래소로 직접 송금하는 방식으로 트래블룰을 우회하면서 추가적인 거래 비용과 보안 문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거래소 간 트래블룰 시스템을 보다 광범위하게 연동하거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거래소 간 협업을 강화하고 공통 시스템을 마련해 연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트래블룰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효율적인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미국은 해외 거래소와의 연계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트래블룰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트래블룰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도 글로벌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들과 협력해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방향을 택했다. 미국도 주요 거래소 간 협업을 통해 공통 시스템을 마련하고 해외 거래소와의 연동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트래블룰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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