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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바닥권' 성장률 지속…"2분기도 장담 못해"

장영은 기자I 2025.04.24 16:46:32

1분기 GDP 속보치 전기대비 0.2%↓…역성장 쇼크
작년 2분기부터 -0.2%→ 0.1%→ 0.1%→ -0.2%
경제 전 분야서 약세…美 관세 본격화 하면 어쩌나
한은 "2분기 플러스 전환 가능"…전문가들 "장담 못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예상보다 더 부진한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적표에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간신히 역성장은 면할 것”이라던 시장 예상과 달리 지난 1~3월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0.2% 감소하면서다.

간신히 기지개를 켜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으로 다시 주저앉은 내수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이 아직 시행되지 않은 기간임에도 수출 역시 부진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에서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자 해외 투자은행(IB)에서는 우리나라의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0.5%까지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내수 생각보다 안 좋아…병원마저 적게 갔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속보치)는 전기대비 0.2%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3개 분기 만에 역성장이며, 지난해 △2분기 -0.2% △3분기 0.1% △4분기 0.1%에 이어 4개 분기 연속 ‘바닥권’ 성장률을 기록했다.

1분기 성장률이 한은이 지난 2월에 제시한 전망치(0.2%)를 밑돌 것은 이미 예고됐다. 한은 조사국은 지난 17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당시 발표한 4월 경제상황 평가를 통해 “올해 2월 전망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충격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1분기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약화됐다”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의 장기화와 미 관세정책 우려에 따른 경제심리가 재위축 △대형 산불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을 악재로 들었다.

경제의 양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감소한 가운데, 소비와 투자를 아우르는 내수가 예상보다 더 안 좋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민간소비는 전기대비 0.1% 감소하며 3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오락문화와 의료 등을 중심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야외 여가 활동을 줄인 것은 물론 병원마저 적게 간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소비 역시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줄면서 0.1% 줄었다. 이현영 지출국민소득팀 팀장은 “의료 소비 감소는 지난해 말 백일해 등 전염병이 워낙 크게 늘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면서 “통상 겨울철에 전염병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 계절 조정을 하는 측면도 있어 병원에 덜 갔다는 점에서는 소비 위축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이 재차 감소한 가운데 내수 부진이 심화됐다”며 “서비스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자동차 등 일부 내구재를 제외한 재화 소비도 부진했다. 대내외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속에 소비 심리 급랭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투자도 대체로 부진했다. 건설은 건물 중심으로 3.2% 줄면서 4분기째 감소세를 지속했고, 설비투자도 3분기 만에 반도체 장비투자 등 기계류 투자가 감소하면서 2.1% 위축됐다. 그나마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0.3% 들어 지출항목 중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은 화학제품과 기계 및 장비 등을 중심으로 1.1% 감소했으며 수입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중심으로 2.0% 줄었다. 수출과 수입 감소 모두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향후 전망 엇갈려…“1분기 바닥” vs “2분기도 장담 못해”

향후 전망에 대한 한은과 시장의 전망은 엇갈렸다. 한은은 1분기를 바닥으로 2분기는 전분기대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2분기도 장담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이날 1분기 실질 GDP 속보치 발표 이후 열린 설명회에서 2분기에는 내수가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2분기에는 성장률이 다시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2분기만 한정해서 봤을 때, 일단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해소가 됐고 지난 10월부터 기준금리 75bp(1bp= 0.01%포인트) 인하했던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며 “내수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2분기 같은 경우는 민간 소비 중심으로 소폭 개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2분기 이후 완만한 경기 반등 전망과 함께 내수 회복과 수출 타격에 따른 2분기 성장률 부진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내수가 예상보다 더 안 좋았던 것 같다. 특히 건설투자쪽이 예상보다 좀 낮게 나왔다”며 “2분기도 역성장 그늘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부진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4월 탄핵 선고에도 소비 심리가 소폭 개선에 그친 점을 볼 때 내수 반등은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나 조금 더 뚜렷해질 것”으로 봤다. 하건형 연구원은 “대외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시장 우려보다 광범위하고 높은 관세율을 부과했고, 불확실성에 따른 교역 둔화까지 감안하면 중간재 중심 한국 수출은 2분기 중 추가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은 이날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7%에서 0.5%로 0.2%포인트 낮췄다. 내수회복 지연과 관세 충격에 따른 수출 전망을 이유로 이달 들어서만 성장률 전망치를 세 번째 낮추면서 1월 말 1.2%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깎아내렸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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