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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中 HBM 자급률 70% 간다…美中 갈등에 K칩 고난

김소연 기자I 2025.04.17 18:12:26

엔비디아·AMD·인텔 등 AI 칩 수출 통제
美 압박이 오히려 中 반도체 자급자족 키워
CXMT, 내년 HBM3 양산 목표…韓 부담 ↑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미중 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에 K반도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수록 중국의 기술 자립속도는 빨라지고 있어서다. 한국이 특히 강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두고, 내년까지 자급률 70% 목표를 세웠을 정도다.

1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 저사양 인공지능(AI) 가속기 H20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H20은 미국 정부의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선에서 엔비디아가 중국에 합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한 중국 전용 AI 가속기다. 미국 정부는 AMD와 인텔에도 AI 프로세스 중 일부를 중국 고객사에 판매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이터
이 같은 미국의 압박에 중국은 반도체 ‘자급자족’에 총력을 기울이며 맞불을 놓고 있다. 중국은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내년까지 HBM 자급률 70% 달성 목표를 세웠다.

현재 창신메모리(CXMT), 우한산신 등 일부 중국 메모리 기업이 HBM 2세대인 HBM2까지 개발해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XMT의 추격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CXMT는 패키징 업체인 통푸마이크로와 손을 잡고 HBM 샘플을 개발해 화웨이 등에 전달했다. CXMT는 당초 내년까지 HBM2를 양산하겠다고 했으나 2년을 앞당겨 지난해 하반기 양산에 성공했다. 내년에 4세대 HBM3 개발 및 양산, 오는 2027년 5세대 HBM3E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3년 내 화웨이의 AI 가속기인 어센드(Ascend) 시리즈에 중국산 HBM도 탑재될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빅펀드) 3단계를 출범시키고 사상 최대 금액인 3440억위안(약 6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투자기금 대부분은 HBM 개발에 사용될 전망이다. 투자 규모는 단순한 제조 중심에서 첨단 기술·장비·소재·설계 등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며 자립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구상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체계적인 연구개발(R&D)을 지원하면서 HBM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중국 내 우수한 대학, 기업, 연구소 간 협력을 통해 핵심 기술과 주요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상위 50위 HBM 연구자 중에서 중국인 연구자 수는 19명에 달한다.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 반도체는 시름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H20에 들어가는 HBM은 5세대인 HBM3E 8단이 탑재돼, SK하이닉스가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에 직접 HBM을 공급하진 못하고 엔비디아 H20 등에 간접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는 “CXMT의 기술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시간이 지나면 HBM을 놓고 중국과 한국 기업 간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수록 국내 기업의 대중국 매출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레거시 D램과 낸드플래시에 더해 HBM까지 중국이 자급자족하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반도체 영역에서는 미국이 통제하고 있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거나 중국에 공급할 수 없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려움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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