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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의 의도대로 협상에 응하지 않고 시간 끌기에 나선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공은 이제 중국에 있다. 중국은 우리와 협상을 해야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초조함만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미국이 125%(기본관세 20% 포함하면 145%)의 관세율을 부과하자, 똑같이 미국산 수입품에 125%의 관세 보복조치를 단행한 중국은 “더 이상 관세 인상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중국은 비관세 부분을 건드리기 시작하며 미국에 압박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에 이어 자국 항공사에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를 받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미국산 가금육 수입금지, 중국 내 독점적 지위를 가진 미국 기업에 대한 지식재산권 조사 등의 조치도 내놨다.
미국도 이에 맞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하는가 하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퇴출 검토, 중국 상품의 운송 제한 논의 등에 나섰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 정가에서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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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무역 시장에서 큰손이기도 하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국내총생산(GDP)이 2위지만, 인구 규모가 커 에너지와 식량 등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서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보잉 여객기 인수 거부 명령을 내린 것도 세계 최대 항공기 수요처라는 자신감이 깔려있는 결정이란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약점을 일찍 노출시킨 점도 중국이 자신감을 가지게 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중국 기업들도 사실상 수출길이 막혀 피해를 입었지만, 미 금융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상호관세 충격 여파로 전고점 대비 20% 하락하는가 하면 미국 장기물 국채금리 급등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 금융시장에서 투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 카드를 꺼냈다가 일주일 만에 ‘90일간 유예’로 방향을 튼 것은 결국 국채 시장 가격 폭락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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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립주의 외교 노선도 중국이 대미 강경책을 구사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관세폭탄을 투하,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그간 저가 제품 공습과 공급과잉으로 갈등을 겪었던 유럽연합(EU)과 관계를 빠르게 개선, 오는 7월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EU 정상간 회담을 앞두고 있다.
또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밀착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이 미중 갈등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난 14일 동남아 순방길에 오른 것도 주변국과 결속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도 뒤늦게 동맹국에 중국 고립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WSJ은 이날 “백악관이 90일간 유예한 관세율을 줄이는 대가로, 70여개의 무역 상대국에 중국 경제를 고립시키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내는 구상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핵심 참모였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금 우방국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 계획한 중국과의 현안 논의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NYT에 따르면 지난 1월 취임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갈등,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 펜타닐 불법 유통절, 틱톡 매각 등 중국과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NYT는 “하지만 이후 3개월 동안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적어도 1년 동안은 이런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NYT는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트럼프 대통령 혼자 앉을 수도 있다. 그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