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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는 24일 제1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여성폭력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21년부터 3년 주기로 진행되는 실태조사는 지난해 9~11월 전국 19세 이상 성인 여성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에는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 △정서적 폭력 △경제적 폭력 △통제 등에 더해 스토킹까지 추가해 피해경험률을 산출했다는 게 특징이다.
조사에 따르면 평생 한 번 이상 여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전체의 36.1%로 나타났다. 2021년(34.9%)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35.8%로 0.9%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이번에 처음 조사된 지난 1년간 여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7.6%로 3년 전(6.2%)보다 1.4%포인트 높아졌다. 유형별로 보면 성적 폭력과 정서적 폭력이 각각 50% 내외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컸다.
주로 10대부터 40대의 피해가 가장 컸으며 신체적 폭력의 70% 이상, 성적 폭력의 80% 이상이 이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토킹 피해를 가장 심각하게 겪은 나이대는 20대로 응답률이 63%에 달했다. 교제관계가 활발한 영향으로 피해에도 더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배우자, 연인 등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평생 한 번 이상 여성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19.4%에 해당했다. 2021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19.2%로 3년 전보다 3.1%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1년간으로 좁혀보면 응답자 비율은 3.5%로 집계됐다. 교제폭력(6.7%)을 겪은 비중은 2021년 기준으로 3년 사이 5%에서 6.4%로 늘어났고 지난 1년간은 0.9%에 해당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여성폭력 피해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해서는 ‘(전혀+별로)안전하지 않다’는 답변 비중이 3년 전 대비 6.2%포인트 감소하고 ‘(매우+약간) 안전하다’는 비율은 4.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일상생활에서 여성폭력 피해에 대해 ‘두렵다’고 응답한 이들은 3.6%포인트 늘었고 ‘두렵지 않다’는 9.4%포인트 감소했다. 즉, 사회는 더 안전해졌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피해를 더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가부 관계자는 “스토킹처벌법, 스토킹방지법 등 신종 범죄에 대응하는 법은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회가 그만큼 제도적으로는 안전해지는 부분은 있다”며 “다만 교제폭력, 딥페이크 등과 같은 일들이 발생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는 개인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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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는 새로운 유형의 여성폭력에 대응하고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제2차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2025~2029년)에 담아 이날 회의에서 심의·확정했다.
우선 디지털성범죄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앙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수사와 처벌까지 가능한 중앙 디지털성범죄종합센터로 개편을 추진한다. 딥페이크 촬영물에 대해서는 인공지능(AI)기술 기반으로 실시간 감지-삭제-모니터링 자동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스토킹처벌법·가정폭력처벌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관계기반 폭력에 대해서는 피해자 보호 강화 차원에서 법령을 정비하기로 했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을 명문화해 지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청소년성보호법을 개정하고 현재 온라인에 한정된 그루밍 처벌 범위는 오프라인으로 확대한다. 기존 폭력예방교육에 신종범죄를 포함시키고 대학 내 전담 컨설팅단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기본계획의 추진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여성폭력 방지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일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