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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황당 상호관세 계산법에…“너무 대충 만들어” 비판

김윤지 기자I 2025.04.04 15:35:01

‘상호관세’라더니 무역적자만 기준
“지나치게 단순…서비스 무역은 누락”
중국外로 생산 옮겼더니 고율 관세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율 산정과 관련해 비판이 거듭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표를 들고 상호관세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AFP)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 관세율은 각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를 해당 국가의 대미 수출 금액으로 나눈 다음 그 수치를 절반으로 다시 나누는 방식으로 관세율을 계산했다.

예컨대 지난해 기준 미국이 한국과 교역에서 기록한 무역적자는 660억달러, 수입액은 1315억달러다. 660억달러를 1320억달러로 나누면 50%이며, 그 절반은 25%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한국의 대미 관세 50%,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 25%와 맞아 떨어진다.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산정 방식이 ‘상호관세’라는 명목에 부합하지 않으며 미국의 무역적자를 없애겠다는 목표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특히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계산법은 미국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 무역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아메리칸액션포럼(AFF)의 더글라스 홀츠-이킨 회장은 “방어할 수 없는 논리적 기반 위에 방어할 수 없는 정책을 세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상호관세’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상호 관세율은 실제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적용하는 관세나 비관세 장벽과 무관하게 산정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의 대미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 기타 불공정 무역 행위를 정교하게 반영해 관세율을 산정했다고 주장하나 무역 불균형이 꼭 불공정한 관행이나 무역 장벽 때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WP는 바나나와 커피를 예로 들었다. 이는 기후 등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대량으로 재배할 수 없어 수입이 불가피한 작물로, 이를 대량 생산하는 국가와의 교역에선 무역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미국은 캐나다와 교역에서 적자이나 캐나다가 수출하는 중질유를 미국 정제소들이 효율적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WP는 짚었다.

이 같은 계산방식으로 베트남은 46%, 캄보디아는 49%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 받는다. 중국(34%) 보다 10%포인트 높다. WP는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경우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의 생산 의존 우려를 시사한 후 많은 기업들이 이들 국가로 생산 거점을 옮기면서 최근 무역 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이 교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 영국, 브라질, 싱가포르 등은 기본관세 10%만 부담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세가 미국 무역적자 해소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마우리 옵스펠드 선임 연구원은 “이번 정책이 단지 미국의 무역 관계를 재편하는 ‘두더지 잡기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높은 관세를 부과받은 국가들이 관세가 낮은 국가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수출 경로를 변경하는 등 소모적 변화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세계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인식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계산법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NEC)와 USTR 등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수년간 연구해 온 결과”라고 옹호했다. 그는 “이는 글로벌 무역 질서를 재편하는 것으로 매우 신중하게 설계된 것”이라며 “다른 나라의 규정들이 미국에게 얼마나 불리하게 짜여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율을 발표할 때 들고 있던 패널에서 한국의 상호관세율은 25%였지만,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26%로 적혀 있어 혼선이 빚어졌다. 하지만 이날 백악관은 부속서의 한국 상호관세율을 ‘25%’로 수정돼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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