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소속 한동훈 예비후보는 지난 15일 AI 세계 3대 강국, 국민소득 4만 달러, 중산층 70% 확대를 골자로 하는 3·4·7 비전을 내놨다. 당내 경선자인 나경원 예비후보 역시 16일 2045년까지 잠재성장률 1% 상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5대 경제 강국을 목표로 하는 ‘G5 경제 강국-1·4·5 프로젝트’ 공약을 내걸었다.
이처럼 숫자 경제 공약이 쏟아지는 것은 후보들이 ‘각인 효과’를 노린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과거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7·4·7 공약’, 박근혜 전 대통령은 ‘4·7·4 비전’을 발표했다”며 “후보들이 본인을 알리기 위해 복잡한 공약보다는 숫자로 자신을 알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내놓은 7·4·7 공약은 숫자 경제 공약의 원조격이다. 해당 공약의 골자는 연평균 7% 경제 성장률 달성,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강국 진입이었다.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박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연평균 4% 경제 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7만 달러, 세계 4대 경제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4·7·4 비전을 발표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별로 비슷한 공약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김경수·한동훈·나경원 예비후보의 AI 공약은 인프라 구축, 인재 육성, 연구개발(R&D) 지원 등에서 유사성을 보였으며, 투자 규모만 100조~200조원 수준으로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앞다퉈 직장인 세금 부담 완화와 저출생 극복 등을 위해 각각 소득세·인적 기본공제 확대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과거 대선에선 민주화 등 이념적 대립으로 공약에 차이를 보였다”며 “하지만 지난 2007년 대선부터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부각됐고, 후보 간 공약이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정쟁도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선도 경제 공약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쏟아지고 있는 경제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AI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뜬구름 잡는 공약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금융기관을 압박해 재원을 조달할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소득세 기본공제 확대 공약은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표퓰리즘에 불과하다. 현재 근로자 중 절반이 관련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지금도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부가세 인하와 소득세 납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세제 개편에 바른 방향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공약은 차별성을 띠고 있다. 이재명 예비후보는 충청을 행정·과학 수도로 만들겠다며 ‘세종의사당·대통령 세종집무실’ 공약을 내걸었다. 한동훈 예비후보는 노후 대비를 위한 건강 저축제 도입 등 복지 정책으로 제시했다. 나경원 예비후보는 북핵 완전 폐기를 위한 자체 핵무장, 돌봄 부담 해소를 위한 외국인 차별 임금을 공약으로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