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순(83)씨는 장마가 시작됐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50년째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살아온 박씨는 3년 전 있었던 기록적인 폭우로 이웃 1명을 잃었다. 그해 숨진 이웃은 밤사이 내린 폭우에 반지하 주택이 잠기면서 참변을 당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박씨는 “여기도 발목까지 물이 찼다”며 “이 근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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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장마를 앞두고 반지하 거주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잦은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최근 장마의 경향을 고려할 때 수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안정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장마 전 안전설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집주인의 반대와 높은 임대료 탓에 상당수가 위험한 주거시설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여름 주택 침수가 발생한 상도동 일대에는 차수판(물막이판) 없이 창문이나 출입구가 지면에 노출된 가구들이 있었다. 실제 이날 이데일리가 성대전통시장으로부터 반경 200m 내 반지하 주택 27채를 살폈을 때 반지하 창문과 현관문에 물막이벽이 설치된 곳은 단 8곳에 불과했다. 2022년 침수 사망사고가 발생한 상도동 골목에는 대체로 물막이판이 설치됐지만 구석구석 빈틈이 보였다. 한 반지하 주택은 창문이 물막이판 없이 빗물받이와 닿아 있었는데, 빗물이 흘러야 할 빗물받이는 담배꽁초와 낙엽,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더욱이 이 같은 시설은 지자체가 아닌 집주인이 자체적으로 만든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개인 저류시설이 작아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만난 반지하 임대인은 “침수 사고 났을 때 이 골목 사람들은 다 무서워서 구청에 물막이판 신청했다”며 “알아서 신청을 안 하면 설치를 안 해준다고 한다. 선착순이라 다 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시가 파악한 전체 반지하가구 22만 1324개 중 침수 우려 가구는 2만 4842개였다. 이 중 물막이판을 설치한 가구는 67%(1만 6626개)였다. 빈집이거나 재건축·재개발로 멸실이 된 가구(8%)를 제외해도 침수 위험이 큰 반지하의 약 25%는 안전장치 없이 방치된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에서 설치를 권유해도 침수 사실이 알려지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에 집주인이 설치를 희망하지 않곤 했다”며 “이런 경우에는 자치구에서 임시용 물막이판이나 모래주머니를 필요한 가정에 직접 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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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박씨뿐이 아니었다. 관악구 신림동 주민 하모(57)씨는 지난 10년 넘게 이 지역에 살면서 주택 침수를 2번 겪었다. 2022년 8월 뒷집에 살던 세 모녀가 반지하 침수로 숨진 뒤 그는 자녀를 고등학교 기숙사에 지내게 했다. 하씨는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면서 “차수막을 설치해도 소용없다. 하수구랑 아래 하천에서 물이 역류하면 여기까지 찼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를 가려면 월세로 가야 하는데 여긴 지대가 높아서 우리 같이 나이가 든 사람은 오르막길 다니기 어렵다”며 “다들 이곳을 못 떠나고 그대로 산다”고 말했다.
신림동에서 침수피해를 겪은 또 다른 주민도 “물막이판 위 문틈으로 물이 다 들어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높은 집으로 가면 보증금이 오르는데 어떻게 다른 곳에서 살라는 말이냐”며 “수도료랑 가스비, 생활비를 다 생각하면 혼자서는 버겁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침수 대응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철 한국재난안전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은 “민법과 재난안전관리기본법을 보면 임대인에게는 임차인이 주택을 임대해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며 “차수막과 같은 안전장치 설치에 불응할 경우 지자체는 개선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침수 예방을 준비하기엔 이미 늦었기 때문에 사후 대책이라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문제발생 시 주민 소개와 같은 대응체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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