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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행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야당 주도로 처리된 이 법안은 방통위 위원 정원 5명 중 3명 이상이 출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도록 하고 국회 추천 위원을 대통령이 30일 이내에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고 있다. 최 대행은 이 법안이 대통령 임명권을 침해하고 국회 몫 위원 추천 여부에 따라 방통위 행정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며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후 석 달 동안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 횟수는 9회로 늘어났다. 이승만 전 대통령(45회)과 윤석열 대통령(25회) 다음으로 많은 횟수다.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가운데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국회 재의결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사의 주주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 횟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최상목 체제에서 거부권 행사가 이어지는 데는 근본적으로 야당의 입법·특검 드라이브 영향이 크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뒤이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내란·김건희·명태균 특검법 등을 잇달아 발의·처리했다. 방통위법 등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재입법도 강행하고 있다. 그때마다 국민의힘은 반발하며 최 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고 최 대행은 이를 수용했다.
최 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과 맞물리며 야당 불만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건 국회 권한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서도 거부권이라는 적극적인 권한 행사는 주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 대행에게 “윤석열의 헌정파괴로 인해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데, 위기를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내란수괴 체포 방해와 내란수사 특검 거부, 명태균 특검 거부로 내란 수사를 방해하고 헌재 결정과 현행법을 무시하며 혼란을 키웠다”며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