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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 채굴 호스팅 업체 ‘컴패스 마이닝’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캐나다 국경 너머로 비트코인 채굴기 3000대를 급히 운송해야 했다. 중국, 태국 등지에서 생산된 부품의 원산지를 파악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했다. 태국(36%), 인도네시아(32%), 말레이시아(24%)에 대한 상호관세가 9일부터 발효된다는 소식에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화물운송업체 ‘씨라이언 카고’(Sealion Cargo)는 수십대의 트럭과 바지선을 감독하며 5대의 전세기를 띄웠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미국으로 3억 3000만달러(약 4687억원) 상당의 장비를 운송했다.
싱가포르 물류·운송업체 EES프레이트 서비스도 하루 만에 채굴 장비를 가득 실은 바지선을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까지 운송한 뒤 항공편을 통해 화물을 미국에 보냈다. 또다른 미국 채굴 서비스 기업 룩소르 테크놀로지는 자사와 파트너사 제품을 합쳐 약 3000대의 채굴 장비를 태국에서 미국으로 가져왔다고 발표했다.
당시 상황을 겪었던 채굴업계 관계자들은 상호관세 발표 후 발효까지 약 일주일 동안 혼돈의 도가니였다고 입을 모았다. 태국 월드 에어 로지스틱스 와라웃 팍디사타야퐁 전무이사는 “방콕 근처 창고로 57대의 트럭을 왕복 운행했고, 전세기 3대로 쉬지 않고 장비를 실어날랐다”고 전했다.
씨라이언의 크리스토퍼 버셀 사장은 “8000만달러(약 1136억원)가 넘는 관세 노출 가능성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접촉하는 모든 항공편, 트럭, 팔레트는 하나의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관세 시한을 넘기지 않는 것이었다”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은 인생의 나머지 기간 동안 틀림없이 기억에 새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론 90일 간 유예 결정이 내려지며 모든 대응이 무의미해졌지만, 비용 측면에서 상당한 낭비가 발생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채굴업자들은 항공 운송에 평소보다 최대 4배, 해상 운송에는 20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했다.
블룸버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역정책에 대응해 재정적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가상자산 채굴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며, 고성능 장비 확보 여부가 수익 창출과 직결된다. 블룸버그는 “고성능 컴퓨팅을 수행할 수 있는 미국산 장비는 거의 없다”며 “전 세계 암호화폐 채굴기 조립 및 유통 중심지인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세 위협은 채굴업자들에겐 심각한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인 비트메인 테크놀로지스에 의존하는 미국 내 채굴자들은 장비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는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동남아시아를 통해 많은 장비를 공급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감시가 강화하며 신규 채굴 장비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종료된 이후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가 유지되면 미국에서 계속 채굴하기엔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채굴 하드웨어 공급업체이자 컨설턴트인 신테크 디지털의 타라스 쿨릭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주 동안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 능력을 찾는 수많은 문의를 받았다. 관세 면제가 우리 하드웨어와 인프라에도 적용된다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이자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과 극명하게 모순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