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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력=배달산업’...송전망 없는 발전소가 뭔 소용인가

논설 위원I 2025.04.04 14:12:37
서해안 태안화력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아산탕정산업단지로 보내는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준공식이 그제 열렸다. 놀라운 것은 345kV급 45km의 이 구간 송전선 건설에 무려 21년이 걸렸다는 사실이다. 2003년 3월 첫 삽을 뜬 이 공사는 2012년 6월 개통 예정이었으나 여섯 차례나 연기되면서 12년 이상 지각 준공했다. 이 과정에서 노선 변경만 일곱 번, 결국 육지 대신 갯벌에 송전선 공사를 해야 했다.

늦어진 과정을 되돌아보면 어이가 없다. 주민들은 농작물 피해가 예상된다며, 외부의 환경단체들은 철새에 영향을 준다며 공사를 가로막았다. 지방자치단체는 서해대교의 경관 훼손을 내세워 인허가를 거부하기도 했다. 교조적 환경 원리주의와 맞물린 고질적 ‘한국형 님비(NIMBY)’의 나쁜 사례로 기록될 판이다.

지각 준공으로 인한 한국전력의 손실은 1조 2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송전망 부족으로 태안화력발전단지는 용량보다 전기를 적게 생산할 수밖에 없었고, 모자라는 전기는 값비싼 LNG 생산으로 대체한 탓이다. 근래 산업용 전기료가 급등한 데는 이런 사정도 단단히 한몫했다. 천안과 아산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지만 불안정한 전력 사정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에 탄력도 붙지 못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넘어 국가적 산업발전 전략에도 차질을 준 것이다.

AI(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나라마다 값싸고 안정적인 중장기 전력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력문제에서 간과할 수 없는 건 ‘전력=배달산업’이라는 사실이다. 발전소만 세운다고 전력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원자력발전이든 복합 화력발전이든 발전소는 대개 해변가 등 외딴곳에 세운다. 대형 산단과 수도권 등 대규모 수요처와 떨어져 있으니 송전망을 적기에 경제적으로 구축하는 게 발전소 건설 못지않게 중요하다.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선 등 여타 송전망 건설에서도 비슷한 사정으로 지연되는 사례가 더 있다. 9월부터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발효되면 사정이 그나마 나아질 전망이지만, 한국형 님비를 속히 떨쳐내야 한다. ‘환경족’들의 과도한 간섭과 개입도 극복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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