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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 상고심 전원합의기일을 24일로 지정했다. 22일 합의기일을 진행한 지 이틀 만이다. 사건 배당 3일 만에 대법원이 상고심 사건에 대한 두 번째 기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사건 배당부터 기일 지정까지 매우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통상 소부로 배당돼 일정 정도 심리를 진행한 후 전합에 회부되는 것과 달리 이 전 후보 사건은 소부 배당 당일 전합으로 회부됐다.
전합 회부 이후 특별 기일을 진행한 것 역시 이례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기일은 관련 내규(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에 따라 매월 세 번째 목요일에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대법원장이 지정하는 경우 기일을 변경하거나 추가해 진행할 수 있다. 즉, 22일과 24일 전원합의기일 모두 조 대법원장이 별도로 지정한 일정인 것이다. 조 대법원장이 사건 배당 3일 만에 두 차례 특별 기일을 지정한 것은, 그만큼 이 후보 선거법 사건 상고심 심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풀이된다.
대법원의 이 같은 심리 속도에 법원 내부에서조차 놀라는 모습이다. 수도권 법원 소속 한 부장판사는 “판사 생활을 하며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대법원이 빠르게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한 것 같다”고 밝혔다.
조희대, ‘6-3-3 강행규정’ 준수 위해 총대 멨나?
이는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강조해 온 ‘6-3-3 규정’ 준수를 대법원이 따르게 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조 대법원장은 2023년 12월 취임 직후부터 재판 지연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며 선거법 사건에서의 강행규정 준수를 수차례 강조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이라고 이름 붙여진 270조를 통해 ‘선거사범에 대한 신속히 재판’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1심은 공소제기 후 6월 이내, 2심·3심의 경우 전심 판결 후 3개월 이내에 ‘반드시’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강행규정임에도 그동안 일선 재판부에서 사실상 ‘권고 규정’으로 받아들이며 거의 준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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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2심 판결이 선고됐던 이 후보 선거법 사건의 3개월 도과 시점은 6월 26일이다. 대법원이 이 기한 내에 선고를 하는 과정엔 ‘대선’이라는 변수가 있다. 만약 대법원이 6월 3일 이전 선고를 하지 못할 경우,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실제 선고 여부가 결정되게 될 전망이다. 이 경우 선고 이전, 헌법상 대통령 불소추특권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먼저 나와야 한다.
대선일 전 선고 역시 변수가 존재한다. 이번 대선의 후보자등록은 5월 10~11일이다. 그리고 12일부터는 곧바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으로 돌입한다. 대선 후보등록 이후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경우 어떤 결론이든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어, 정치적 의구심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5월초 심리 마무리시…후보 등록 전 선고도 가능
법조계에선 이 때문에 대법원이 실제 대선 전 선고를 진행한다면, 후보자등록 이전 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대법원이 선고기일 1주일 전 이를 공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5월 첫 주말 전 결론을 내야 이 같은 시점 내 선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사건 배당 20일도 안 된 시점에 선고가 이뤄질 경우 ‘졸속 재판’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다만 일각에선 대법원이 정치적 파장에 대한 고려 없이 공식선거운동 기간 선고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결국 그 부분은 정무적 판단 여부인데, 대법원 선고에서 정무적 판단을 일체 배제해야 한다는 대법관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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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치 처음부터 전합 회부를 염두에 두고 소부 심리를 형식적으로 지나친 것은 그간 목격하지 못한 관행이며 예외적 패턴”이라며 “법리적 측면보다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결정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법원의 ‘이례적 결정’이 하필 대선에 임박한 시점에 이뤄진 것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대통령 파면에 의한 대선을 앞두고 원칙을 앞세워 또 다른 변침을 시도한 셈인데, 유력 대통령 후보자 사건에 대하 사회적 관심을 변침 기화로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스스로 그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위험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며 “재판기간 내 선고라는 절차에 매몰돼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는 주객전도 판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