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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볼 맛 난다” 이마트 묵직한 한방…강동 '식탁 전쟁' 터졌다[르포]

한전진 기자I 2025.04.17 15:50:04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계란·딸기도 반값"
이마트·롯데마트 식료품 특화 매장 정면 승부
강동, 대형마트 격전지로…인근 마트만 '5곳'
신도시·1인가구 타깃…“유통 전쟁 테스트베드”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싸도 정말 싸. 무항생제 계란 한 판이 2880원이고 딸기 1㎏ 두 박스가 9980원 밖에 안 해. 지금 친구들한테도 오라고 전화했어. 매일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네.”

이마트(139480) 식료품 특화매장 ‘푸드마켓 고덕점’ 개점 첫날인 17일. 매장 오픈 시간인 10시가 되자 매장 밖에서 줄 서 있던 이들이 매장 안으로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정판으로 내놓은 인기 희귀 위스키 매대는 삽시간에 동났고 과일, 채소, 육류, 수산 코너는 물건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강남 송파구에서 왔다는 주부 신모씨는 “요즘 시대에 이 정도면 장 보러 올 맛이 난다”며 “원래는 집 근처 마트를 갔는데 이젠 이곳에서 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17일 오전 10시, 매장 첫 개점을 맞아 입구서 대기하던 사람들이 매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이마트 경쟁력 집약”…가격·구성에 주부도 호평

이마트의 ‘미래형 모델’ 푸드마켓이 서울에 처음 문을 열었다. 푸드마켓은 식료품 등 장보기 필수 상품을 연중 최저가로 제공하는 이마트의 차별화 매장이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외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주요 프로젝트다. 고덕점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대구 푸드마켓 수성점에 이은 두 번째 매장이다. 고덕비즈밸리 복합쇼핑몰 ‘강동 아이파크 더 리버’ 지하 1층에 위치했다. 면적(3471㎡·1050평)의 95%를 식료품으로 채워 이마트 매장 중 가장 많은 1만 3000개 식료품을 구비하고 있다.

매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식료품 특화매장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상품의 면면부터 할인까지 압도적이다. 국산 냉장 삼겹살·목살이 100g당 1980원, 양념소불고기(800g) 한 팩은 9980원이다. 일반 마트 대비 20%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수산물 과채류도 푸드마켓의 강점이다. 손질 오징어와 전복이 각각 1980원, 9900원에 불과하다. 바나나 980원, 양파는 1㎏ 1980원, 애호박(2개) 1480원 등이 대표적이다. 30여년의 업력으로 쌓은 상품 소싱 능력을 매장에 총 집약했다는 것이 이마트의 설명이다.

푸드마켓은 식료품 등 장보기 필수 상품을 연중 최저가로 제공하는 이마트의 차별화 매장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백미는 해당 매장만의 콘텐츠인 특화존이다. 오직 이 매장을 방문해야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고덕점은 이 특화존 개수만 21개에 달한다. 수입 과일과 유러피안 채소를 모은 ‘글로벌가든’, 웰빙 간식용 컵과일과 스틱채소를 신규 개발한 ‘프래쉬스낵’, 최초로 프리미엄 국산 흑돼지 3종을 모두 판매하는 ‘K흑돼지’, 연어에 관련한 상품을 집대성한 ‘연어의 모든 것(All that Salmon)’ 등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소비 수요가 있는 30~40대 맞벌이 가정과 젊은 신혼부부, 2030 직장인 등 수요를 노린 전략이다.

이곳 건물 1층에는 이케아 강동점도 이날 문을 열었다. 20~40대 고객층 유인 요소가 풍부하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만난 최진일 이마트 MD전략혁신 상무는 “이케아의 주력 고객층이 3040세대인 만큼 향후 매장 간 시너지도 기대된다”며 “이 점을 고려해 각 특화존의 주력 상품을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덕점은 다산신도시부터 잠실, 송파 등 강남까지 광역 상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진일 이마트 MD전략혁신(상무)가 고덕점의 특화존 ‘K흑돼지’ 매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대형마트의 테스트베드…“강동구를 장악하라”

앞으로 강동 지역에서 고덕점과 롯데마트 천호점(천호점)의 정면 승부도 예상된다. 천호점은 고덕점과 지하철 6~7 정거장 거리에 있다. 둘 다 광역 상권을 내세우는 만큼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1월 천호역 인근에 4538㎡·1374평 규모로 천호점을 열었다.

천호점 역시 점포 구성의 80% 이상을 식료품으로 채운 특화매장이다. 1인 가구와 젊은 층을 겨냥해 즉석조리매장 ‘롱 델리 로드’와 냉동 간편식 특화매장 ‘데일리 밀 솔루션’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천호점의 즉석조리 상품군 구성비는 전국 점포 평균의 2배 수준에 달한다. 냉동 간편식 판매 품목도 500여개로 일반 매장 대비 70% 많다. ‘글로벌 퀴진’ 특화존을 통해 세계 각국의 소스와 향신료를 총망라한 매대도 호응을 얻고 있다. ‘실속 매장’으로 지역 고객을 빠르게 끌어모으는 중이다.

지난 1월 롯데마트가 천호역 인근에 개점한 천호점의 모습 (사진=롯데마트)
실제로 천호점은 개점 이후 3개월 만에 ‘2000평 미만 매장’ 가운데 최고 수준의 매출·방문객 수를 기록 중이다. 이외에도 강동에는 이마트 천호점, 명일점, 홈플러스 강동점이 있다. 앞선 고덕점과 롯데마트 천호점까지 합치면 총 5개에 이른다. 대형마트 업계가 강동 지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배후 상권에 있다. 반경 2㎞ 이내 약 17만 세대가 거주 중이다. 재건축으로 입주민도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선 ‘강동 대전’을 새로운 오프라인 유통 경쟁의 테스트베드(실험장)로 평가한다. 주민이 몰리는 지역 특성과 식료품 중심 소비 수요가 결합해 ‘식품 중심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이는 대형마트 업계가 지향하는 ‘본업 경쟁력 강화’와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강동 지역은 식료품을 중심으로 한 유통 채널의 성공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며 “대형마트뿐 아니라 이커머스까지 강동을 중심으로 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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