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던 캠벨 전 부장관은 23일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25’에서 “미국 입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 예를 들면 조선업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은 민간·군수 조선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건조 능력이 좋은 한국이 도움을 주면 (미국과의) 파트너십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조선 분야를 협상 채널로 삼아서 다른 분야로 확대하면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캠벨 전 장관은 바이든 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냈고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전략을 총괄해 온 미국 최고의 아시아 전문가다. 바이든 행정부 핵심 인사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핵심 협력 사업으로 콕 집은 ‘조선’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부터 2+2 통상협의를 시작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귀 기울일 만한 조언이다.
캠벨 전 부장관은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국 동맹국을 향한 관세 때리기는 멈추고 협력은 모색할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의 로봇공학이나 인공지능(AI)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군사력 확장도 유례없는 수준”이라며 “동맹국, 파트너와의 공동대처가 필요하다. 미국 혼자 대응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한국이나 일본, 호주 등과 기술을 공유하고 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후 신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미 관계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그는 “대선 직후가 중요한데, 기존 고정관념이나 과거 관념으로 관계가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며 “적어도 한국이 지금까지 보여준 의지나 진정성은 긍정적이며 협상하려는 의지도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서도 동맹의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캠벨 전 부장관은 “약 30년간 북핵 문제가 대두하는 동안 수십 개 국가들이 핵을 구축할 수 있었지만 미국의 신뢰 덕에 핵보유국이 되지는 않았다. 미국의 억지력을 믿었기 때문”이라면서도 “이제 그러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 일본 동맹들을 위해 냉전 시대만큼 핵 억지를 약속해야만 아시아 내 핵확산 바람을 막을 수 있다”며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아산플래넘에는 폴 월포위츠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 및 전 세계은행 총재, 카렌 하우스 전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최고경영자(CEO),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쟈칭궈 베이징대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교수 및 전 국가안보실장, 안호영 경남대 석좌교수 및 전 주미 한국대사, 나가미네 야스마사 전 주한 일본 대사 등 글로벌 외교 안보 전문가 5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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