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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대미 리스크' 관리 돋보이네…美 공화당 실력자 영입

정병묵 기자I 2025.04.15 16:02:15

드류 퍼거슨 신임 HGM워싱턴사무소장 5월 부임 예정
공화당 조지아주 4선 출신…트럼프 정책 이해도 높아
미국 정부·의회 소통 총괄…현대차, '관세 TFT'도 구성
트럼프 당선 후 무뇨스·성 김 등 글로벌 인력 잇단 영입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사·대외협력에서 ‘트럼프 2.0’ 시대 맞춤형 행보를 발 빠르게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상호관세 부과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세계 자동차 업계가 혼돈에 빠진 가운데 현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을 전면 배치해 위기를 타개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그룹(HMG)은 드류 퍼거슨(Drew Ferguson)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5월 1일자로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에 선임한다고 15일 밝혔다. 미국 정부·의회와 현대차그룹 사이의 소통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드류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사진=현대차그룹)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은 공화당 소속의 미국 조지아주 4선 연방하원의원 출신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퍼거슨 신임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 세제 개혁 등 핵심 정책들을 적극 지지하고 추진했다. 특히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입법 활동에 참여하며 공화당 내 정책 추진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현대차그룹의 미국 주요 생산거점이 위치한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 시장을 비롯, 2017~2024년 조지아주 제3지역구 하원의원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는 공화당 하원 수석부총무로 활동하며 공화당의 입법 전략을 조율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이 미국 정부 및 정책 결정자들과 자동차 산업은 물론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향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 정부와 보다 원활히 소통하고 현지 내 정책 변화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리스크’를 대외협력 역량으로 풀어 가는 중이다. 최근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은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25% 자동차 관세에 대해 “일부 자동차 회사들을 도와주기 위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 대미 투자 결정에 따라 ‘일부 자동차 회사’에 현대차그룹이 포함되는 게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자고 나면 정책이 바뀐다’는 비난도 들끓지만 역으로 협상의 여지가 열려 있다는 것이고, 이번 퍼거슨 소장 영입도 이러한 상황을 대비한 포석인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미국 관세정책 대응을 위해 지난 14일 CEO 직속 태스크포스팀(TFT)도 구성했다.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직하고 있는 이승조 부사장이 TFT장을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인사와 대외협력 부문에서 트럼프 2.0 시대 대비 파격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초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 일주일 만인 15일 호세 무뇨스 북미권역본부장을 현대차 최초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또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의 최고 전문가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대외협력·PR담당 사장으로 영입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무뇨스 사장의 중용은 곧바로 경영성과로 나타났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3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8만7019대를 판매했다. 이는 역대 3월 판매량 중 최고치이자, 월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판매량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6개월 연속으로 월 판매량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3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된 아이오닉 5 앞에서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소니 퍼듀 전 조지아 주지사,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현대차)
4월 11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무뇨스 사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정학·거시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상의 서비스와 고품질 차량을 지속 제공하는 등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며 “글로벌 임원들 모두 한국의 ‘Gaboja(가보자)’ 정신을 받아들이며 건전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지난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골프 대회에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초청, 정의선 회장의 최측근과 라운딩을 펼치도록 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스킨십을 과시했다. 앞선 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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