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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8원 오른 1484.0원에 개장했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1479.0원) 기준으로는 5.0원 올랐다. 개장 직후 상승 폭을 확대한 환율은 1487.6원을 터치했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시절이던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높다.
이후 환율 상승세는 진정됐다. 오전 11시 15분께는 1476.9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오후 1시 상호관세 발효 시점과 맞물려 환율은 다시 1487원으로 반등했다. 장중 변동성이 큰 모습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일 10%의 기본 상호관세에 이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부터 한국을 비롯해 80여개 국가에 대해 최소 11%에서 최고 5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지난 2일 발표했을 당시 중국의 국가별 상호관세는 34%였으나, 중국이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50%포인트의 관세를 추가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미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에 ‘좀비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에 대한 비협조를 이유로 20%의 관세가 부과된 상태여서 최종 관세율은 104%로 ‘점프’하게 됐다.
관세 불확실성에 위험회피 심리가 글로벌 금융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특히 관세로 인해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면서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2시 15분 기준 102.24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103에서 하락한 것이다.
미국 증시도 연일 급락하고, 미 국채 금리는 상승(가치 하락)하고 있다. 국내증시도 폭락장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9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은 1조원대를 순매도 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 위안화 가치도 빠른 속도로 약해졌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전날 7.42위안을 상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은 7.37위안대로 약세가 소폭 진정됐다.
안전통화로 달러를 대체하는 시장 수요가 몰리면서 엔화는 강세다. 달러·엔 환율은 145엔대가 지지되고 있다.
아울러 오는 11월로 예정됐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윅비) 편입이 내년 4월로 미뤄지게 된 점도 환율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지수 편입에 따른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 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의 효과도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 하락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외환당국의 미세조정과 국민연금의 환 헤지 등으로 1490원대 진입은 제한되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롱(매수) 심리가 강해서 환율이 쉽게 빠지지 않고 있다”며 “환율 상단에서는 외환당국이 미세조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무역분쟁이 장기화된다면 환율 1500원 진입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내다봤다.
문 연구원은 “중국이 위안화 절하로 관세를 회피한다면 원화도 약세가 심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환율은 1500원을 돌파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화 가치가 달러 약세에 동조화되기보다 위안화 가치에 동조화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며 “미·중 간 환율전쟁 양상이 더욱 격화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추가 약세를 나타낸다면 환율은 1500원 수준에 육박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