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위법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대통령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막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해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헌재, 尹 주장 불인정…“의원 끌어내라 지시”
대통령 파면 결정 요지가 담긴 선고문은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국회에 군대를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군인들은 헬기 등을 이용해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일부는 유리창을 깨고 본관 내부로 들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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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인원’이란 표현은 써본 적도 없고,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곽 전 사령관 등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 판시한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이 경찰청장에게 계엄사령관을 통해 포고령 내용을 알려주고, 직접 6차례 전화를 해 경찰청장이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토록 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로 인해 국회로 모이고 있던 국회의원들 중 일부는 담장을 넘어가야 했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란 가담 혐의 군인들 재판에 파장 촉각
게다가 헌재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장관은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국군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는 지시도 하달됐다고 봤다. 또 윤 대통령 측이 그간 부인했던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했던 내용도 사실로 인정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했기 때문에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또 “각 정당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함으로써 정당활동의 자유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군 병력의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 역시 위헌·위법했다고 봤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병력을 동원해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는데, 중앙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병력은 출입통제를 하면서 당직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전산시스템을 촬영했다. 이는 선관위에 대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하도록 해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헌재의 이같은 선고 결과는 김용현 전 장관 등 군 관계자들에 대한 ‘내란주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지시를 수행했지만, 결국 위헌·위법적 행위에 가담한 형국이기 때문이다.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과 계엄 당시 병력을 동원했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중장),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중장),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중장),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상현 전 제1공수특전여단장(준장)과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대령), 김대우 국군방첩사령부 방첩수사단장(준장), 박헌수 국방조사본부장(소장), 국군정보사령부의 고동희 계획처장(대령), 김봉규 중앙신문단장(대령), 정성욱 100여단 2사업단장(대령) 등도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