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선 유상증자를 통한 중장기 사업 확장이 기대되면서도 단기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자금 조달을 내부 잉여금으로 충당하는 게 아닌,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도 아쉽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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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000880)는 전날보다 12.53% 밀린 4만1550원을 기록했다. 한화시스템(272210)은 6.19%, 한화오션(042660)은 2.27% 각각 하락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 하락을 주도한 것은 기관이었다. 기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1151억원 팔았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는 각각 729억원, 423억원 담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한화그룹주 전반이 약세가 심화한 것은 대규모 유상증자 영향이 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장 마감 후 시설자금 및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조달을 위해 3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신규 발행되는 주식수는 595만500주다. 발행가액은 주당 60만5000원이다. 유상증자 신주배정 기준일은 오는 4월24일이며, 1주당 신주배정 주식수는 0.1047011530주다. 구주주 청약 예정일은 오는 6월3~4일이다. 신주 상장예정일은 6월24일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국내외 방산 사업 거점 확보 및 지분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해외 방산 1조6000억원 △국내 방산 9000억원 △해외 조선 8000억원 △무인기용 엔진사업 3000억원 등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장기 사업 확장을 위한 유상증자를 꺼냈지만 주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식수 증가로 주당순이익(EPS)이 하락하며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유상증자 하려고 주가를 띄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가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장기 성장 여력 확대가 기대되지만 단기적인 주가 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서재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 기회가 급증하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해외 방산 및 조선 거점을 확보를 통한 외형 성장을 증명하고 주주친화적 정책을 이어간다면 중장기 투자 포인트는 유효할 것”이라면서도 “증자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우려는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증자의 목적이 뚜렷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자금 조달 방법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한 점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증자의 목적은 지상 및 해양 방산의 주요 거점 확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미국, 유럽, 중동 등의 현지 생산 및 조달 요건을 선제적으로 충족하는 것”이라며 “다만 이번에 조달된 자금은 향후 2028년까지 4년에 걸쳐 투자가 집행될 전망이며, 연간 투자 목표액은 한해에 2조원을 초과하지 않는다.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을 상회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익 체력 만으로 가능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