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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면세·홈쇼핑 업계는 조기 대선을 준비 중인 정치권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야권에서 각 산업계의 정책 건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와 홈쇼핑 산업은 국내 유통시장에서도 역사가 깊은 전통적인 업계인데다, 정부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사업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한국TV홈쇼핑협회는 이달 중순 ‘2024년 TV홈쇼핑 7개 사업자 주요 통계’를 공개했다. 보통 매년 6월께 ‘TV홈쇼핑 산업 현황’을 책자로 발간하며 관련 지표를 공개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 행보다.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홈쇼핑 업계의 애로사항과 규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대외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조기 대선을 앞둔 이 시점은 규제 개선에 대한 정책적인 큰 흐름을 탈 수 있는 시기”라며 “업계 사정이 매우 어려운 만큼 협회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양해를 얻고 4월에 주요 통계치를 발표, 이목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TV홈쇼핑 7개 사업자의 방송매출액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73.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채널을 배정받는데 대해 지불하는 가격이다. 2020년 54.2%에서 불과 4년 만에 19.1%포인트나 올랐다. 반면 지난해 TV홈쇼핑 7개 사업자들의 영업이익은 2022년대비 20% 이상 줄고, 매출액은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로 개국 30주년을 맞는 홈쇼핑 업계는 차기 정부에서 송출수수료 지급 구조 개선과 재승인 과정에서 중소기업 편성 비중, 판매수수료율 인하 등의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TV홈쇼핑협회 관계자는 “방송산업 사양화 추세를 고려해 ‘덜 주고 덜 받는’ 쪽으로 송출수수료 구조를 바꾸고, 사업자간 공생이 가능하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했으면 한다”며 “방송사업권 재승인 과정에서 중소기업 의무 편성비율(최소 55%) 등 사실상의 규제에 대한 세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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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 역사를 지닌 면세산업도 코로나19 이후 산업 전반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 이에 업계도 최근 정치권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적극 전달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신세계면세점 등 일부 사업자들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면세산업 정책 개선 토론회를 연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조기 대선 국면에선 한국면세점협회를 구심점으로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건의 내용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 일부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달라 조율이 다 이뤄지진 않은 상황이다. 면세업계는 지난해 4대 사업자(신라·신세계·현대·롯데)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유통업계 중에서도 상황이 최악이다.
면세업계가 바라는 건 특허수수료 산정 기준 개편, 인천공항 임대료 산정 기준 조정, 입국장 인도장 설치 등이다. 면세업계는 최근 고환율, 내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형태 변화 등에 따라 업체들의 자구노력만으론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관광 산업과도 연계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내 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공항 출국자 수에 객당 임대료를 곱하는 식이다. 출국자가 늘었지만 면세 구매가 줄고 있는 현 시점에선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면세사업자들이 인천공항에 낸 임대료는 5051억원으로, 2022년대비 507% 늘었다. 이에 업계에선 산정 기준 조정 또는 일괄 인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종의 라이선스 비용인 특허수수료도 매출액 기준으로 징수하는 구조(0.1~1% 수준)인데 현재처럼 적자 규모가 큰 상황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최근 특허수수료를 50% 감면해주고 있지만, 면세업계에선 최소 80% 감면 또는 산정 기준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선 특허수수료로 내는 돈이 약 400억원으로 추산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대외환경이 코로나19 전후로 완전히 뒤바뀌었지만 제도와 규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 실정”이라며 “특허수수료 개편 등과 더불어 면세사업자들의 경쟁력을 지켜줄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