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국가 주도 수출 모델이 최근 한국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약 173억 달러의 역대 최대 방산 수출을 기록했다. 방위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으로 격상되었고, 정부는 ‘세계 4대 방산 수출 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문제는 기록 자체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 한국의 방산 수출 구조는 기업 중심의 직접상업판매(DCS: Direct Commercial Sales)에 기반한다. 정부는 승인과 외교 지원을 담당하지만 계약의 주체는 기업이다. 이 구조는 속도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강점을 발휘해 왔다. 폴란드와 노르웨이 등 최근의 성과는 그 경쟁력을 입증한다.
그러나 수출 품목이 잠수함, 전투기, 방공체계처럼 고도화되고 계약 규모가 수조 원 단위로 확대될수록 구매국의 요구는 달라진다. 단순한 장비 인도를 넘어 30~40년에 이르는 운용 지원,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계약 안정성, 그리고 국가 차원의 정치적 보증을 요구한다. 최근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도 국가 차원의 보증 요구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방산 수출이 산업 영역을 넘어 외교·안보 전략의 일부로 확장되는 순간, 기업 중심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형 FMS’가 거론된다.
|
그렇다면 한국형 FMS란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식 FMS를 그대로 복제하는 모델이 아니다. 모든 계약을 정부가 직접 체결하는 전면적 국가 통제 방식도 아니다. 한국형 FMS는 민간의 효율성과 속도를 유지하되, 전략적 핵심 영역에서는 국가가 최종 책임을 지는 선택적·단계적 국가 보증 모델이다. 전략 품목에 대해 정부가 보증·금융·군수 지원의 일부를 제도화하되, 계약 주체는 민간이 유지하는 혼합형 구조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축이 필요하다. 첫째, 전략 수출 품목에 대한 제도적 국가 보증 장치다. 일정 기준 이상의 핵심 무기체계에 대해 ‘정부 보증 계약’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납기, 계약 지속성, 가격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교육·훈련·군수 지원에 대한 국가 책임의 강화다. 무기 체계는 인도 순간이 아니라 운용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진정한 계약이 시작된다. 특히 장기 운용 플랫폼의 경우 군수 지원과 성능 개량 체계의 안정성이 곧 국가 신뢰로 이어진다.
셋째, 정치·외교적 리스크 관리 체계의 구축이다. 정권 교체, 재정 위기, 지역 분쟁 등 외부 변수로 계약이 흔들리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 대 국가 차원의 관리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도입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전략 품목을 선정해 시범 적용하고, 관련 법·재정·보증 체계를 정비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동시에 민간 기업의 혁신성과 가격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국가 개입의 범위와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국가는 전면에 나서기보다 최종 책임자로서 ‘신뢰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방산 수출은 더 이상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동맹을 설계하는 외교 수단이자, 국가 신뢰를 계약으로 증명하는 전략 자산이다. 한국이 ‘빠르게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끝까지 책임지는 나라’로 인식되는 순간, K-방산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한국형 FMS 논의는 그 제도적 전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얼굴 가리고 피투성이 딸 질질 끌고가”…팔순 아버지의 눈물[그해 오늘]](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2/PS26022000001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