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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청소년 "친구관계 어려워"..OTT 시청·SNS 활동에 몰입

이지은 기자I 2025.03.25 12:00:00

여가부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첫 발표
72.3%가 '18세 이하'서 시작…"벗어나고 싶다" 71.7%
10명 중 4명은 재경험…10명 중 6명은 자살 생각
저연령대 조기개입 모델 개발 추진…"주기적 조사 검토"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18세 이하 청소년을 고립·은둔으로 이끈 가장 주요한 사유는 ‘친구 등 대인관계의 어려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 청소년 10명 중 7명은 현재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지만 일상생활에 복귀한 뒤에도 다시 고립·은둔에 빠진 청소년은 10명 중 4명꼴이었다. 정부는 회복 의지가 있는 고립·은둔 청소년을 돕기 위해 이들을 조기 발굴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현행 지원 시스템을 전국단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최홍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립·은둔청소년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최홍일 연구원은 고립·은둔 청소년 10명중 7명이 회복의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72.3%가 ‘18세 이하’서 시작…“벗어나고 싶다” 71.7%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고립·은둔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역대 처음 실시한 전국 단위 조사다. 대상은 전국 9~24세 청소년이며 이들의 특성을 반영해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1차 조사(스크리닝)를 수행한 1만 9160명 중 고립·은둔 상태로 판별된 5484명에 대해 2차 조사(본조사)를 진행했고, 최종 참여한 2136명 가운데 562명이 도움받기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고립’은 사회활동이 현저히 줄어들고 긴급 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인적 지지체계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은둔’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제한된 거주공간에서만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전에 고립·은둔이 시작됐다고 응답한 사람(72.3%)은 10명 중 7명꼴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16세 이상~18세 이하가 29.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13세 이상~15세 이하가 25.6%로 뒤따랐다. 이어 △19세 이상~24세 이하(27.7%) △9세 이상~12세 이하 (12%) △ 9세 미만(5%) 순이었다.

고립·은둔 이유(복수응답 가능)로는 친구 등 대인관계 문제를 꼽는 이들이 65.5%로 가장 많았다. 공부 및 학업 관련 문제(49.1%)와 진로 및 직업 문제(38.8%), 가족관계 문제(34.3%)도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19~24세의 경우 진로 및 직업관련 문제를 주요 사유로 꼽은 비율이 47.2%에 달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독 높았다. 고립·은둔 기간은 △2년 이상∼3년 미만(17.1%) △1년 이상∼2년 미만(16.7%) △6개월 이상∼ 1년 미만(16.6%) △3년 이상 15.4% 순이었다.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중은 71.7%로, 10명 중 7명의 청소년이 회복 의지를 가졌다고 관측된다. 실제 탈출을 위해 노력해본 적이 있는 이들(55.8%)도 절반 이상이었다.

주요 시도(복수응답 가능)로는 공부(52.6%)나 취미활동(50.6%)을 시작한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인터넷에 검색함(35.6%) △심리상담을 받음(34.1%) △병원에서 진단 및 치료를 받음(30.3%) △가족이나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함(17.9%) 등도 있었다. 또 고립·은둔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눈치 보지 않고 들러서 머물 수 있는 공간(79.5%) △경제적 지원(77.7%) △혼자 하는 취미·문화·체육활동 지원(77.4%) △진로활동 지원(75.1%) 등의 도움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10명 중 4명의 청소년은 고립·은둔을 다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들이 재차 고립·은둔에 빠지는 이유로는 힘들고 지친다는 게 30.7%로 가장 많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20.9%), 돈이나 시간 등이 부족해서(17.4%)도 주된 사유로 꼽혔다.

청소년들이 고립·은둔 기간 주로 한 활동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시청(59.5%)과 SNS 및 커뮤니티 활동(48%) PC 모바일게임(45.1%) 등 온라인에 집중됐다. 잠(41.7%), 특별히 하는 것 없음(33.2%) 등 회피 행동도 잦았다.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경우는 25.5%에 불과했고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비중은 56.7%에 달했다.

심리정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지난 7일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68.8%)하거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63.1%)고 느낀 이들은 10명 중 6~7명꼴이었다. 62.5%의 청소년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주요결과 인포그래픽. (자료=여성가족부 제공)
◇정부, 저연령대 조기개입 모델 개발…“주기적 조사 검토”

여가부는 26일 청소년정책연구원과 공동주최하는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방안 토론회’를 통해 이번 조사 결과를 논의하고 현장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18세 이하 저연령대 청소년부터 고립·은둔이 시작된다는 점을 토대로 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사례 모형 개발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조사를 통해 발굴한 고립·은둔 청소년이 도움을 필요로 할 경우 진행 중인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시범사업과 연계해 ‘진단-상담-치유-학습-가족관계 회복’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전국 12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해당 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번 조사는 비확률 표본추출을 통해 이뤄져 대표성 있는 표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한계가 남는다. 여가부 관계자는 “실제 고립·은둔 규모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가구 샘플링을 통한 대규모 조사가 필요하지만 그게 어려워 현재 사회조사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속적인 정책 지원을 위해서는 주기적 실태조사가 필요한 만큼 법적 근거와 예산, 중복 여부 등을 폭넓게 고려해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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