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달러, 3년래 가치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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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2.4원 오른 1421.5원에 개장했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1421.5원) 기준으로는 보합했다. 개장 후 달러화가 반등하고 저가매수 물량이 유입되며 오전 10시 12분께 환율은 1427.4원까지 상승 폭을 확대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달러화가 다시 약세를 보이자 환율은 반락했다. 오후 1시 7분께는 1419.8원까지 내려가며 상승 폭을 거의 반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주요국을 상대로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4월 상호관세는 90일 유예하며 동맹국과 협상에 나서고 있다. 일본과 가장 먼저 협상에 나섰지만 특별한 협상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오는 23~25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D.C.에서 미국과 관세 협상을 앞두고 있다.
관세 폭풍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서자, 금융시장 전반에서 미국 자산을 투매하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파월을 가리켜 “최대 실패자인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가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은 둔화할 수 있다”며 “많은 사람이 선제적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파월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하 압박 때문에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하게 되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인식이 생겨, 연준으로선 오히려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에선 관세 불확실성에 이어 연준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통화정책마저 불안정해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1시 36분 기준(현지시간) 98.16을 나타내고 있다. 간밤에는 97.9까지 저점을 낮추며, 지난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인식이 약해지면서 대체 안전자산인 엔화와 유로화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 기준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인 1.15달러를 돌파하며 강세다. 달러·엔 환율도 140엔대까지 낮아졌다. 반면 달러·위안 환율은 7.31위안대, 위안화는 약세다.
트럼프로 인한 위험회피 심리에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증시에서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6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200억원대를 팔고 있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을 저점으로 보고 밀려있는 결제 수요가 들어오고 있고, 월말도 다가오면서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있어서 양방향 수급이 다 있다”며 “원화가 워낙 약세였어서 절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환율 추가 하락 기대…관세협상·위안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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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의 딜러는 “최근 달러인덱스가 내려간 것 만큼 환율은 하락하지 않아서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다만 1400원이 깨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재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1410~1420원대에서 하단이 지지되고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내국인의 해외투자를 위한 결제수요도 여전한 상황이다. 또한 이번주 한미 관세협상 내용에 따라 환율이 추가 하락할 수도, 반등할 수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심리와 분위기에 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지속되고 미중 갈등이 더욱 격화된다면 달러화 약세 현상이 조기에 마무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셀 USA’ 현상의 지속 위험을 높이거나,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 장세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