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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7월부터 사교육 카르텔 사건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해 24건을 적발, 126명을 입건하고 현직 교사를 비롯해 100명을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유형별 송치 내역을 살펴보면 교사 72명·유명 학원 등 법인 3곳·강사 11명·학원 대표 등 직원 9명·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 3명·교수 1명·입학사정관 1명이다.
경찰이 적발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현직 교사가 사교육업체나 학원 강사에게 문항을 판매하고 금품을 수수한 사례다. 현직 교사 47명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수능 관련 문항을 제작하고 사교육업체나 학원 강사에게 판매해 48억 60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한 문제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5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수성구의 한 고등학교 수학교사 A씨는 수능 출제위원 또는 검토위원 경력의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문항제작팀’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수능 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A씨는 현직 교사 8명과 ‘문항제작팀’을 구성하고 7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문항검토팀’ 조직을 총괄 운영해 문항 2946개를 제작, 사교육업체에 판매하고 6억 2000만원 상당을 수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유명 대형 학원과 스타 일타 강사도 검찰에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교육부로부터 시대인재·메가스터디 등에 대한 수사 의뢰를 접수해 압수수색을 비롯해 강제수사를 이어온 바 있다. 그 결과 이른바 ‘킬러문항’을 전문으로 다루던 B학원 등 대형학원 3곳과 유명 일타강사 C씨 등도 포함됐다. 이들 중 일부는 ‘출제위원 경력자’ 등을 내세우며 학생들을 상대로 홍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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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현직 교사가 내신 시험에 사교육업체나 강사에게 판매한 문항을 그대로 출제하는 사례도 있었다. 현직 교사 D씨 등 5명은 과거 사교육업체나 강사에게 판매했던 문항을 자신이 소속된 고등학교 내신시험에 그대로 출제해 시험 시행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어강사 D씨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고등학교 1~2학년 내신시험을 4차례 출제하면서 자신이 판매했던 문항 14개를 사용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평가원 모의고사 검토를 맡은 뒤, 일부 문제를 살짝 변형해 사교육업체에 판매한 E씨 역시 수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송치됐다. 이외에도 △현직 교사인 남편과 함께 출판사를 차려 문제집을 발간한 부부 △수험생 개인지도 후 대가를 수수한 대학 입학사정관 △고등학교 수시 합불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교사 △수능 모의평가 출제 정보를 사교육업체에 제공한 교사 등도 각각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다만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가 사설 모의고사와 판박이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자들 간의 큰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가 됐던 수능 영어 23번 문항에는 이른바 ‘TMI(Too Much Information)’ 지문이 담겼는데 해당 지문이 수능 전 발간됐던 일타 강사 C씨의 사설 모의고사에 담겼다는 의혹이다.
그간 현직 교사들의 문항 판매 행위는 ‘관행’으로 치부되며 음성화돼 이어져 왔다. 경찰은 이 같은 사교육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해 관련 법을 적극 의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 나갈 방침이다. 경찰은 “문항 판매 행위가 근절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음성적으로 관행화돼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 지속 협의해 대학입시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되고 건전한 교육 질서가 확립되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의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