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간)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수료는 180일 뒤인 오는 10월 14일부터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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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해운과 조선업체를 제재하는 이유는 글로벌 해양 패권 경쟁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함정, 상선 건조 능력에서 중국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해운 능력의 쇠퇴를 방치한다면 심각한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미중 해양 패권 경쟁 상황이 펼쳐지며 우리나라 해운 업체들의 수혜 가능성이 떠오른다. 국내 대표 선사인 HMM은 보유한 컨테이너선 82척 중 중국산 선박이 5척에 불과하다. 게다가 5척 중 3척은 소형 선박으로 동남아시아 노선에 주로 투입돼 미국 노선에 활용되지 않는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미 USTR발 대중국 해양 제재 조치와 관세전쟁의 영향으로 단기 해운 수요 공백이 예상된다”면서도 “대중국 제재조치가 공격적으로 이뤄질수록 HMM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다만 이번 미국의 중국 선박 제재가 실제 국내 해운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좀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런 견해도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얼라이언스(alliance·선사들 간 협력동맹) 내 선박 재배치를 통해 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하더라도 이를 완전히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해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운임 상승은 해운사들에게 호재이긴 하지만, 화주 부담이 늘어나 물동량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선박을 보유하지 않은 선사들이 경쟁사 대비 유리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 연쇄효과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미국에 입항수수료를 내야 하는 중국 조선소 대신 한국 조선소를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조선사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을 펼쳐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주로 탱커나 컨테이너선 등 그동안 중국 위주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들이 시장을 확대할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