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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A씨(38)는 2022년 7월 5일 새벽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긴급전화 112에 세 차례 전화를 걸었다. 그는 “사촌동생이 자살한다고 연락 후 핸드폰을 꺼놨다”는 내용으로 허위 신고했다.
검찰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거짓으로 신고한 A씨를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경범죄의 종류) 제2항 제2호는 “있지 아니한 범죄나 재해 사실을 공무원에게 거짓으로 신고한 사람은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며 거짓신고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형법 문언상 피고인의 행위가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형법 법규의 해석과 적용은 엄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우선, 피고인이 사촌동생도 아닌 사람을 사촌동생이라고 지칭하며 허위신고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경범죄처벌법 위반죄로 처벌하려면 피고인의 신고 내용이 그 자체로 범죄에 해당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라고 결론 내렸다.
검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의 증거조사 결과를 다시 검토해 보더라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경범죄처벌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형법 법규의 해석과 적용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범행 동기나 정황에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을 이유로 형법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