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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근무에 욕까지”…尹 탄핵 시위에 녹초된 경찰관들(종합)

김형환 기자I 2025.03.17 14:05:01

1월 초과근무 113.7시간…33.7시간↑
“비번 추가 근무에 휴무 잘려 출근도”
“일면식 없는 남에게 욕먹기 힘들어”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찬반 측의 집회가 연일 이어지며 이를 관리하는 경찰 기동대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경찰관 한 명의 한 달간 초과근무시간이 113시간을 넘어설 정도다. 일부 경찰들은 과중한 업무가 개인사까지 영향을 주는 등 탄핵 정국이 빨리 끝나길 손 모아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을 경찰이 지키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17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서울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경찰청 기동대 경찰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113.7시간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인 11월(80시간)에 비해 33.7시간 늘어났다.

지난 1월의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으로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앞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집회가 발생했던 시기다. 광화문이나 국회 앞에 집중됐던 집회가 한남동 등 여러 지역으로 넓어지며 더 많은 기동대 투입이 필요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시위 및 집회에 대응해야 하는 기동대가 과로를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동대 소속 경찰들이나 경비과 소속 경찰들은 과도한 업무에 지쳐가고 있었다. 과도한 근무로 인해 여가는커녕 연애사에도 지장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청 소속 기동대원 박모씨는 “근무가 ‘주주주야비휴’로 돌아가는데 이게 돌발상황이 많다 보니 비번일 때도 추가 근무하기도 하고 휴무도 잘려 출근하는 경우다 잦다”며 “같이 근무하는 후배는 여자친구랑 헤어지니 마니 싸우기도 하던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격렬해진 시위 탓에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근무를 나갔을 때 욕을 먹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부 집회 참석자는 자신이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경찰이 폭행한다’며 드러눕는 경우도 잦아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1월 서부지법 난동 사태 당시 일부 폭도들에게 무기력하게 폭행을 당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도 울분을 터트렸다.

서울의 한 경찰서 경비과에서 근무하는 A씨는 “몸이 힘들고 피곤한 건 버틸 수 있는데 모르는 사람들한테 욕먹고 맞고 이런 건 참기가 어렵다”며 “저번에는 한 유튜버가 다가와 중국인 같다며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욕설을 내뱉는데 화가 많이 났다”고 울상을 지었다.

게다가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다가오며 선고 당일 비상 상황을 대비한 훈련까지 늘어나며 기동대원들이 녹초가 되고 있다. 최근 서울경찰청 기동대는 방패술과 부대 대형 훈련을 비롯해 인파 안전 관리 등을 위한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캡사이신, 120㎝ 경찰 장봉 등을 동원한 훈련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경찰청은 선고 전일부터 서울경찰청 ‘을호비상’ 등 전국에 비상근무를 발령하고 선고 당일엔 전국 경찰관서에 ‘갑호비상’을 발령해 가용 가능한 경찰력 100%를 동원할 계획이다. 전국 337개 기동대 2만여명이 투입되며 기동순찰대·형사 등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전국 치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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