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 롯데카드 등에서 잇달아 문제가 발생하자 사모펀드 업계 전반으로 비난이 쏟아졌다. 사모펀드가 대규모 차입을 해서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후 배당과 자산매각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결국 껍데기만 남겨 매각한다는 ‘먹튀’ ‘약탈’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다. 2025년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일부 상임위는 사모펀드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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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문제는 규제가 과하면 그 부작용도 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사모펀드가 받을 역차별이 우려된다.
사실 국내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데에는 외환위기 시기 국내 구조조정 시장을 독식한 해외 PEF에 대한 견제가 컸다. 당시 뉴브릿지, 칼라일, 론스타 등 외국 PEF들이 위기에 처한 국내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인 후 수천억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자 ‘국부유출’ 논란과 함께 국내 금융자본으로 만든 대항마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영국에서 열리지만 영국 선수보다 외국 선수가 더 많이 우승하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처럼 외국 자본이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윔블던 효과’에 대한 우려가 컸던 시기였다.
제도 도입 후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1137개, 약정액은 153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20여 년 간 사모펀드는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돕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인수해 체질개선을 통해 정상화하는 등 어느 정도 구세주 역할을 해왔다.
외국 사모펀드에 맞설 대항마를 만들겠다고 도입한 사모펀드 제도인데 규제 강화로 그 토종 펀드의 손발은 묶어놓고 다시 외국 사모펀드에 자리 깔아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당장 차입매수 제한이 생기면 자금력에서 앞서는 외국 PEF가 기회를 가져갈 게 뻔하다.
홈플러스 사태가 안타깝긴 하지만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걸친 문제라기보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수많은 사례 중 특정 실패 사례일 뿐이다.
이를 이유로 무차별 규제에 나선다면 자본시장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 운동장을 넓게 쓰면서 외국 PEF와도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되, 반칙하면 바로 퇴장조치를 취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