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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美 상아탑…트럼프發 교육전쟁에 하버드 소송 '맞불'

이소현 기자I 2025.04.22 11:33:13

대학 자율성과 연방정부 연구 지원금 충돌
하버드 "부당한 간섭, 헌법적 권리 침해"
美 교육부, '미납' 학자금 강제 추심 재개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무역 전쟁으로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에선 대학가 안팎으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며 ‘교육 전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이스라엘주의 등 좌파 색채를 대학에서 지우라며 3조원대 연방 보조금 지급을 동결하자 미국의 명문 하버드 대학교가 21일(현지시간) 법원에 소송을 내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같은 날 트럼프 행정부의 교육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유예했던 500만명 이상의 학자금 대출 채무 불이행자에 대해 강제 추심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하버드 지도부에 연방 정부의 대학 간섭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는 케임브리지시 주최의 시위가 열리고 있다.(사진=로이터)
하버드대 “지원금 중단은 위법”…트럼프 정부 상대 소송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금 중단이 위법하다며 이를 멈춰달라고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버드대 측이 연방정부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소송에서 교육부, 법무부, 국방부 등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 8개 연방 부처를 피고로 명시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주 연방정부는 하버드대가 불법적인 요구 수용을 거절한 이후 여러 조치를 취했다”며 “이는 정부 권한을 넘어서 위법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원금 중단을 멈춰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하버드대는 이날 공개한 소장에서 과학·의학·기술 연구에 대한 자금 동결이 반유대주의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정부는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학술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 통제에 굴복하도록 강요하기 위한 압박 수단의 일환으로 지원금을 중단한 것으로 학문과 과학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며, 미국의 혁신과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자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해리슨 필즈 백악관 대변인은 하버드대의 소송과 관련한 성명에서 “하버드처럼 세금으로 운영되면서도 터무니없이 고액 연봉을 받는 관료들만 배불리는 대학에 대한 연방 지원의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면전은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개혁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 3일과 11일 두 차례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에서 입학·채용 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우대 조치를 중단하고, 반이스라엘 성향 학생의 입학을 막기 위해 유학생 제도를 재편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반면 하버드대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반유대주의 방조 의혹과 캠퍼스 내 활동 규제 요구에 대해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맞섰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가 개혁하지 않으면 대학의 면세 지위를 박탈하고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 박탈 문제까지 거론하는 등 강도 높은 보복 조치를 예고하며 압박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22억 달러(약 3조1000억원)에 달하는 연구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다. 전날엔 추가로 하버드대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연구 지원금 철회를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캠페인을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우는 것으로 내세웠지만, 인종 다양성 및 젠더 문제와 관련된 프로그램과 교육도 목표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교육부 폐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 교육부, 학자금 채무불이행 ‘강제 추심’ 5월부터 재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대표 대학인 하버드를 겨눈 데 이어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정책을 뒤집었다. 미 교육부는 이날 채무 불이행 상태인 연방 학자금 대출에 대한 강제 추심을 내달 5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약 500만명의 채무불이행자와 400만명의 연체자(90일 이상 미납)를 대상으로 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단됐던 연방정부의 징수 작업이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된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상환 불이행을 지속하는 차용자는 강제 추심 대상이 되며, 행정적 임금 압류 등도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추심은 세금 환급금이나 사회보장연금, 연방 급여 등 정부로부터 지급받는 각종 혜택에서 체납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미 교육부는 2020년 3월 이후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징수를 중단해왔으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이 유예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9월 유예 종료 이후에도 1년간의 완충 기간을 제공했었다.

린다 맥마흔 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납세자들이 무책임한 학자금 대출 정책의 담보 역할을 더는 강요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차용자들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줬다. 행정부는 부채를 삭제할 헌법적 권한이 없으며, 대출 잔액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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