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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만 해도 편의점 업계는 ‘포켓몬빵’, ‘먹태깡’, ‘두바이 초콜릿’ 등 SNS 인기 상품들이 연이어 쏟아지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두바이 초콜릿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판매한 CU는 출시 6개월 만에 200억원의 물량을 팔아치웠다. 4000원짜리 단일 상품 매출로는 최단 기록이다. 앞서 포켓몬빵·먹태깡은 편의점 소비자들이 편의점 매장 앞에 오픈런(개점 대기)을 할 정도로 광풍이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슈 상품 하나면 실적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이슈성 상품의 등장이 시들해진 모양새다. 수건 케이크, 스웨덴 젤리, 벽돌 초콜릿 등 상품들이 SNS에서 입소문을 타기도 했지만 대부분 관심이 빠르게 식었다. 모처럼 프로야구의 인기를 등에 업고 크보빵(KBO빵)도 등장했지만 야구팬에 한정된 상품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반짝 인기를 끈 상품이 3~4개월 만에 판매량이 급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히트상품 실종의 배경에는 유행 주기의 급속한 단축과 소비자 피로감 누적이 꼽힌다. SNS 기반 트렌드의 변화 속도가 과거보다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제품 자체의 완성도나 브랜드 서사를 쌓기도 전에 트렌드가 바뀌어 소비자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편의점 인기 상품의 생애주기가 과거 평균 22개월에서 최근 4개월로 짧아졌다는 BGF리테일 조사 결과도 나왔다.
편의점 이슈성 상품의 차별성도 문제로 꼽힌다. 편의점 자체브랜드(PB)나 제조사브랜드(NB)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해외에서 인기를 끈 제품이 등장하면 이를 통해 제품을 서둘러 출시한다. 다만 ‘미투 상품’으로 분류되며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특히 흥미에 의존한 트렌드 상품은 가격 대비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만족도가 낮아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어디서 사든 비슷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편의점 화제 상품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슈성 상품의 핵심 역할은 매장 유입이다. SNS에서 화제를 모은 이색 아이템을 실제 상품으로 구현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를 방문 동기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단순히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발길을 끌어낼 수 있다. 매장에 들른 김에 다른 상품까지 구매하게 만드는 확장 소비가 목적이다. 잘 바이럴된 상품 하나가 점포 전체 매출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오는 이유다.
업계는 2분기 이슈 상품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U는 미국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치킨 아이스크림’을 최근 선보였다. 이젠 단순 비주얼 중심의 바이럴 상품보다는 유명인이나 브랜드 IP(지식재산권)와의 협업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도 읽힌다. CU는 지난달 가수 지드래곤이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한 하이볼 주류를 출시했으며, GS25는 이달 스트리트 브랜드 ‘프라그먼트(Fragment)’와 가상 캐릭터 ‘웨이드(WADE, IPX 소속)’를 활용한 탄산수를 내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히 화제성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짧은 유행 주기 속에서도 소비자의 관심을 유지하려면 제품의 완성도는 물론 반복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설계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의점 이슈 상품이 단순 재미를 넘어서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 모두에 기여하려면, 소비자 경험 전반을 고려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