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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찾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된 ‘서천 갯벌’을 마주하고 있다. 인근에는 소나무 숲, 산책로 등도 갖춰 서천 지역 주민들은 물론 외부에서도 찾아오는 지역 명소로 꼽힌다. 2015년 문을 연 이래 찾은 관람객만 200만명에 달한다.
자원관은 해양생물 자원 확보, 관리 및 활용을 위해 설립된 전문 기관이다. 원래 이 지역에는 서천 갯벌을 메운 후 ‘장항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당시 정부가 ‘생태 단지’를 조성할 것을 제안해 문을 열게 됐다. 그 덕분에 인근의 서천 갯벌과 해얀 사구 등 자연이 보전될 수 있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양 생물’에 특화된 연구기관인 만큼, 자원관은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에 기록된 해양생물 중 약 63.3%(1만 345종, 약 60만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총 500여종의 신종 및 미기록종도 발굴했다. 독도와 제주도 등 주변 해역을 조사하고, 국제해양학위원회(IOC), 유네스코 등 국제 연구 협력을 하는 것도 자원관의 몫이다. 계속된 수집과 연구를 통해 앞으로 보유 비중을 전체 해양생물의 80~85%까지 늘려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기록은 국가 차원의 연구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의 ‘생물 주권’과도 연결된다. 김현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장은 “국가가 먼저 자원을 보존하고 기록해야 생물 자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며 “2014년 ‘나고야 의정서’에 따라 생물 자원을 사용 시에는 출처국과 이익을 공유해야 하게 돼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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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생물 자원 보존은 물론, 경제적 활용도 추구한다. 자원관은 해양 생물에서 유용한 소재, 물질로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을 만드는 ‘해양 바이오’ 연구 기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연구를 원하는 기업, 학교 등에게 필요한 해양생물을 무상으로 분양해주는 ‘해양 바이오뱅크’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738건의 해양 생물 분양, 22건의 기술이전 실적을 기록했다.
오는 2028년까지 ‘블루 카본’ 실증 연구센터의 문을 열겠다는 목표도 있다.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하는 ‘블루 카본’은 탈탄소 시대, 탄소 배출권과 맞물려 관심이 큰 분야다. 해조류나 패류의 탄소 흡수 능력이 국제적 인증을 받으면 이를 판매해 새로운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원관은 실증 센터를 바탕으로 블루 카본 연구를 시행할 계획이다.
지역 사회와의 소통, 교육 등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있다. 김 관장은 “서천군은 ‘갯벌·습지 환경교육특구’에 포함돼 있다”며 “전국에서는 서천에만 있는 해양생물 특화 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육 당국과 협력하고, 교육과정 및 교재 개발에도 나서 지역 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원관은 지상 4층 규모의 전시관 ‘씨큐리움’을 갖추고 있는데,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획전 ‘바다와 10가지 질문’을 오는 7월 27일까지 연다. 지난 10년간 자원관이 선보였던 콘텐츠를 재구성한 기획전으로, 지난 10년간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기획전 외 다양한 생물 박제들이 보존돼 있는 1층 로비의 ‘생명의 탑’, 각종 상설 전시도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