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은 ‘지명’과 ‘임명’의 차이다. 한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한 것은 인정되지만, 대통령 몫의 재판관을 직접 지명한 것은 권한대행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판단이다. 향후 본안 심리에서는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대통령 권한 구분, 대통령 파면 전후 권한대행의 지위 변화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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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11조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9명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그 구성 방식은 다르다. 3인은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고, 3인은 국회가 선출하며, 나머지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이번 논란은 대통령 몫 재판관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명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였다.
헌재는 지난 16일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록 명시적으로 ‘지명’과 ‘임명’을 구분하진 않았지만, 그 행위의 성격에 따라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한 대행은 이와 동시에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처장과 함상훈 부장판사를 직접 지명했다. 이 2명 재판관 모두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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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이미 다른 헌법기관이 인사 결정을 마친 후보자에 대한 형식적 임명과, 권한대행이 직접 인사를 선정하는 지명 행위는 성격이 다르다”며 “이번 헌재 결정도 그 차이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헌재는 이번 가처분 결정에서 “피신청인(한덕수 권한대행)에게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이 없다면 피신청인의 임명행위로 인해 신청인만이 아니라 계속 중인 헌법재판사건의 모든 당사자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한 “가처분이 기각됐다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인용될 경우 이 사건 후보자가 재판관으로서 관여한 헌법재판소 결정 등의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헌법재판소의 심판 기능 등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이완규·함상훈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후속 절차는 불가능해졌다.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이후 헌재는 마은혁 재판관을 포함한 ‘7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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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이번 가처분 결정은 본안 판단을 예단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쟁점들을 암시하고 있다. 향후 이어질 본안 심리에서는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 권한이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인지, 아니면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인지 △대통령 파면 전후 권한대행의 지위가 달라지는지 △헌재 구성의 특수성과 권한대행의 한계 등이 핵심 쟁점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이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이라면 권한대행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국가원수로서의 권한과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으로 구분하고,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도 이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헌법적 관점에서 타당하다는 논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중(직무복귀 가능성 존재)과 파면 이후(직무복귀 가능성 부존재)의 상황에 따라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탄핵 소추 중에는 현상 유지적 성격의 권한 행사만 가능하지만, 파면 결정 이후에는 국정 운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권한 행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헌재의 결정문에서도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해 “2025년 4월 4일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 만큼 이 쟁점이 본안 심리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헌재는 권력분립과 헌법 수호의 핵심 기관으로, 그 구성에 관한 결정은 단순한 인사권 행사를 넘어 헌법 질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 사건 본안 심리에서는 이러한 헌재의 특수성을 고려해 권한대행의 한계를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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