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발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점과 서울 주택 가격 강세, 가계대출 증가세 등을 감안하면 인하보다는 동결할 명분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달은 쉬고 다음달 혹은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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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금리를 3.5%로 묶었다가 같은해 10월 0.25bp 내리며 피벗(통화정책 기조전환)에 나서며 인하 사이클에 돌입했다. 이후 11월에는 3.0%로 2회 연속 내렸다가 올해 1월에는 한 템포 쉬고, 2월 25bp 추가 인하했다. 이번 동결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연 2.75%를 유지했다.
이미 시장에선 이번 금통위는 금리를 동결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갈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경기 부양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실시간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환율이 발목을 잡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1484.1원(주간 종가 기준)으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 상호관세 일시 유예를 발표하면서 환율은 진정세를 보였으나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위아래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또한 최근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번복과 그로 인한 서울 집값 상승세 등 가계부채 리스크가 커진 것도 동결 전망을 뒷받침했다.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든 시점에서 또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재차 가계부채가 튈 수 있어서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27일 ‘3월 금융안정 상황’ 설명회에서 “최근 일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여타 지역으로 확산하는 움직임”이라며 “안정세를 보였던 가계부채 증가 폭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금통위는 ‘금리인하 실기론’ 비판에도 역대 최장 기록인 13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는데, 당시 동결의 주요 배경은 치솟는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등 때문이었다. 이창용 총재도 물가·외환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론을 틈날 때마다 내비치기도 했다.
5월 인하로 굳히나…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 ‘관건’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이 5월이 될지, 하반기로 밀릴지 여부로 옮겨갔다. 다수 전문가들이 5월 인하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5월 금통위(5월 29일) 바로 다음 주가 조기대선일(6월 3일)이 된 것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통위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월 금통위 당시를 살펴보면 향후 3개월 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금통위원은 2명에 그쳤다. 5월까지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스탠스가 더 많았던 것인데, 이번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향방에 변화가 감지될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관세 정책의 불안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 국가와 관세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지만, 10% 보편관세는 유효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됐다는 점에서 글로벌 정세 변화를 시시각각 관찰해야 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한 편성이 제때,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