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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동결 ‘무게’ 속…이창용 총재 “왜 이렇게 많이 오셨을까”[금통위 스케치]

정두리 기자I 2025.04.17 09:14:47

17일 한국은행 금통위 본회의 개최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17일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곤 매번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날도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우리나라가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적으로 큰 정치적 변곡점을 맞이했으나 경제 시계는 긴장과 불안 속에서도 돌아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금통위는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한 이후 지난해 10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2월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과 서울 주택 가격 강세, 가계대출 증가세 등을 고려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거시경제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도 12명(86%)이 금리 동결를 예측했다. 이변이 없는 한 4월 금통위는 ‘한 차례 쉬어간다’는게 시장 컨센서스다.

이날 회의장은 취재진을 비롯해 50여명 정도의 사람들로 찼다. 집행간부들의 회의장 착석은 오전 8시 53분께 마무리됐다. 일부 간부들은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주고받는 등 다소 편안한 분위기를 보였다.

오전 8시 58분께 김종화·이수형·유상대·장용성·신성환·황건일 금통위원들은 일제히 회의실에 입장했다. 이후 9시 정각을 가르키자 이창용 한은 총재가 들어섰다. 그는 남색 정장에 흰색 셔츠,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회의장에 나타났다.

그는 회의장을 살피면서 “오늘 많이들 오셨네”하며 자리에 착석했다. 이어 다시 한번 취재진에게 “왜이렇게 많이 오셨어요, 다들?”이라고 물었다. 이후 취재진 요청에 따라 의사봉을 힘차게 두드린 이후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뉘어진 취재진을 번갈아 본 뒤 “좀 있다가 내려가서 뵙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금통위 결과 이후 오전 11시 10분께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설명회다. 통화정책 수장인 이 총재가 앞으로의 금리 향방에 대해 어떠한 시그널을 줄지가 매번 관심사다.

전날 이 총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과거와 달리) 현재는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다”고 말했다. 금리나 통화정책 등 경제 현안에 대해 알릴 사항에 대해 말해 달라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요구에 가장 먼저 꺼낸 답변이었다. 정 위원장이 “내일 금리 인하 발표하나”고 묻자 이 총재는 “그런 말이 아니고, 인하 사이클에 있다는 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통상 금통위 회의 일주일 전부터는 대외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묵언 기간(Blackout Period)이다. 이때부터 금통위원들은 금통위 당일 금리를 결정한 뒤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기 전까지 향후 통화정책방향에 관한 발언을 자제한다. 이 기간엔 총재가 국회 현안질의에 참석해도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질문에도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는 게 관행으로 여겨진다.

이 총재의 전날 발언은 금융안정에 초점을 두고 기준금리를 더 낮춘다는 계획만큼은 분명히 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환율 변동성 및 가계부채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통화 정책의 여력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이보다는 이달 한 템포 쉬어가고, 다음 달 금리인하 신호가 좀 더 명확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쏠리는 분위기다.

한은은 기준금리 결정 결과를 이날 오전 10시 전후로 발표한다. 기준금리 발표 이후 설명회에서는 3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이 담기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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