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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형 구축함, 본연의 목적에 집중하면 답이 보인다

김관용 기자I 2025.04.17 08:42:41

이동석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최근 8조원 규모의 한국형구축함(KDDX) 사업추진 방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정세 속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며 K-조선에 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전투체계 등을 온전히 국내기술로 제작하는 신형 함정건조 사업이라는 특성과 맞물려 국내 특수선의 ‘투 톱’ 조선소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해양 권익수호와 해양 분쟁 대응전력으로 운용할 KDDX의 조속한 전력화를 기대하고 있는 해군의 간절한 요구와 K-조선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도 더 이상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KDDX 사업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과 사업추진방안을 심의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들의 깊은 고민이 짐작된다.

“군자는 근본에 힘쓴다. 근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라는 공자의 격언처럼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근본적인 목적을 상기해야 한다. KDDX 사업 본연의 목적은 우리나라 해양안보에 필요한 함정을 군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최적의 성능과 비용으로 전력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KDDX 사업이 흘러온 과정과 그 결과를 근간으로 KDDX 사업의 최적 추진방안을 본연의 목적 관점에서 검토해 봐야 한다.

첫째, KDDX 사업은 여러차례의 사업타당성 검토과정을 통해 그 필요성이 증명되었다. 본 사업은 다른 대형 방위력 개선사업과 같이 합참의 소요검토, 국방부와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소요검증, 기획재정부의 사업타당성 조사, 국회의 예산편성 심의 등 여러차례의 사업분석 과정을 거쳤다.

KDDX가 8조원에 달하는 대형사업이므로 모든 과정에서 함정의 필요성과 요구성능의 적정성 등이 면밀히 검토되었고, 그 결과 사업 타당성이 인정되어 초도함 건조예산이 2024년에 반영되었다. 따라서 KDDX의 적기 전력화 필요성은 명확하다.

둘째, KDDX 기본설계 결과는 군이 요구한 성능을 충족할 수 있다는 공식적 확인을 받았다. 기본설계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건조로 추진되는 함정사업에서 KDDX는 기본설계 수행업체와 해군, 방위사업청이 긴밀하게 협업하며 최신기술을 반영하여 기본설계를 완료하였다.

기본설계 결과에 대해 합참은 해군의 요구성능 등을 충족할 수 있다고 평가하여 잠정전투용적합 판정을 하였다. 방위사업청은 그동안 함정사업에 대해서는 법령상 부여된 재량을 활용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연속적으로 수행하도록 해왔다.

이는 주어진 비용과 기간 내에서 함정을 안정적으로 건조하기 위해 업체가 밑그림을 성공적으로 그렸다면, 나머지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기회를 주는 것이 안정적인 사업관리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KDDX의 기본설계 결과는 기술역량 측면에서‘특별한 사정’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판단한다.

기본설계에 따른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출처=HD현대중공업)
셋째, KDDX의 기술적 난이도는 새로운 사업방식의 시도를 허용할 만큼 녹록하지 않다. KDDX는 국내 최초로 구축함의 핵심인 ‘이지스급’ 전투체계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부체계를 국산화해야 하므로 이전 외산 전투체계를 탑재하여 건조했던 구축함 획득 사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어느 함정보다도 그간 축적한 국내 수상함 건조역량의 총체적 활용이 필요하다.

물론, 대규모 사업은 경쟁을 통해 최적의 예산활용을 도모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방위사업청 후속함 건조 성격을 고려하여 경우에 따라 경쟁방식을 적용하여 예산의 절감과 부정업체 제재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난이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KDDX는 다른 후속함 사업과 사정이 다르다. 선도함에 경쟁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제기될 수 있는 각종 논란, 공동개발로 인한 일관성 부재와 모호한 책임성을 고려할 때 경쟁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비용과 사업기간 절감 등의 실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지금까지 방위사업청이 수행한 18건의 선도함 건조사업에서 모두 기본설계 수행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수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KDDX 사업만 다른 사업추진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오히려 또다른 불공정과 특혜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은 비리로 중단된 사업을 재개하면서 사내의 많은 비난을 받는다. 그때 주인공은 “사업본연의 가치에 집중했다”라고 말한다. KDDX 사업도 마찬가지다. ‘군이 필요로 하는 함정의 조속한 전력화’라는 사업 본연의 목적을 고려하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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