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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다음은 머트발?'…명품 플랫폼이 위험하다

한전진 기자I 2025.03.27 07:47:46

발란, 미정산에 '머트발' 업계 위기설 우려
투자 시장 얼어붙고 경기 침체에 명품 소비↓
최근 1년 새 문닫은 명품 플랫폼만 4곳 달해
쿠팡에 롯데 신세계까지 경쟁 가세…미래 입지도 '깜깜'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1세대 명품 커머스로 꼽히는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발란에서 정산금 지연 사태가 발생하면서 업계 전반이 위기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실제 경기 침체로 명품 소비가 예전 같지 않은데다 고금리로 몸값을 낮추지 않으면 투자 유치도 어려운 상황이다. 쿠팡 등 플랫폼의 침투도 심화하고 있어 미래마저 불투명하다.

발란이 지난 2024년 서울 여의도 IFC몰 내 열었던 ‘커넥티드 스토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발란 “오류”라고 했지만…스치는 ‘티메프’ 그림자

27일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국내 주요 명품 플랫폼의 누적 카드 결제 금액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375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9245억원) 대비 59% 급감한 수치다. 코로나19 특수로 덩치는 키웠지만 이후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경기 침체에 명품 소비까지 감소한 영향이다.

3사 실적도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영업손실은 머스트잇 79억원, 트렌비 32억원, 발란 100억원에 이른다. 이들의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적자 상태가 지속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발란에서는 정산금 지연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발란은 입점 파트너사들을 대상으로 “재무 검증 과정에서 과거 거래와 정산 내용에 확인할 사항이 발생했다”며 정산 지연을 공지했다. 발란 측은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정산 절차상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과거 티메프(티몬·위메프)사태를 경험한 업계는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본사를 찾은 셀러들에게 기업 회생절차 준비 파일이 노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티메프의 모회사 큐텐그룹은 미정산 사태가 불거지자 “플랫폼 고도화 과정에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대금 정산이 연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자 지급을 더한 보상안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대금 정산이 계속 미뤄지며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최근 1년 새 문을 닫은 명품 플랫폼은 무려 4곳에 달한다. 지난해 3월 캐치패션이 신규 투자금 유치에 실패해 문을 닫았고, 1세대 명품 편집숍 한스타일도 비상경영에 돌입해 버터 왔지만 결국 8월 사업을 종료했다. 12월에는 이랜드글로벌이 운영하던 명품 플랫폼 ‘럭셔리 갤러리’가 운영을 중단했고 올해 초에도 명품 프리 오더(선주문) 플랫폼 ‘디코드’가 사업을 접었다.

◇쿠팡에 롯데 신세계까지…갈수록 어려워지는 업황

이 때문에 머트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주력 사업인 명품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 규모는 3630억유로(약 538조원)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대비 2% 감소한 수치다. 과거 보복소비 열풍으로 명품에 열광했던 MZ세대의 관심은 이제 경기 침체에 ‘스몰 럭셔리’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성 유통 공룡들이 자사 이커머스에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악재다. 롯데온의 ‘온앤더럭셔리’, SSG닷컴 ‘SSG럭셔리’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그동안 백화점과 면세점을 운영해온 노하우로 철저한 검증은 물론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특히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도 최근 럭셔리 뷰티 서비스 ‘알럭스’를 론칭해 명품 플랫폼의 기능 역시 강화 중이다.

생존의 기로에 놓인 머트발도 탈출구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발란은 올해 럭셔리 뷰티와 리빙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올해 초 ‘발란 뷰티’를 론칭하고 샤넬·디올·에르메스 등 브랜드를 포함해 총 100여개 브랜드 상품을 내놨다. 입점 가구 브랜드도 덴마크 ‘일바’ 등 하이엔드(초고가)로 확대했다. 트렌비도 글로벌 플랫폼 확대 중고 명품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투자 유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발란은 뷰티 유통기업 실리콘투로부터 총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1차로 75억원을 우선 투자받고, 조건을 충족하면 2차로 75억원을 받는 조건이다. 트렌비는 지난해 7월 전환사채(CB)를 발행해 55억원을 조달했다. IMM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투자자들이 인수했다. 단 기업가치는 1070억원 수준으로 2년전 보다 3분의 1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 침체 등 전반적으로 시장 분위기가 명품 플랫폼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쿠팡 등 기존 유통 플레이어들도 명품군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한차례 더 옥석 가리기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업계가 티메프 사태를 경험한 만큼 이들이 과거와 같은 벨류에이션(기업가치)을 받을 수 없는 것도 큰 악재”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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