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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꽃, 원예 등 정원을 테마로 한 도시 이벤트만 21건에 달한다. 연간 16건이 열린 지난해에 비해 30% 넘게 늘어난 수치다.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정원 박람회는 도시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 외에 행사 종료 후 90%가 넘는 대부분의 시설을 관광 자원화하거나 지역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순천, 정원 박람회로 전국구 관광지 등극
순천은 정원 박람회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관광 활성화 효과를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순천은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진행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로 방문객 440만 명을 유치해 1조 3323억원의 경제효과를 누렸다. 10년 만인 지난 2023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열린 두 번째 정원 박람회엔 첫 번째 행사의 2배가 넘는 980만 명 방문객이 몰렸다.
국내에서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로부터 B등급 인증을 받은 박람회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울산국제정원박람회뿐이다. 행사 규모에 따라 A1부터 D까지 나뉘는 AIPH 인증에서 B등급 이상을 받으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정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순천은 정원 박람회를 계기로 전국구 관광지를 보유하게 됐다. 국내 1호 국가정원으로 연간 국내외 관광객 430만여 명이 찾는 순천만국가정원은 전국 ‘톱5’ 관광 명소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경복궁과 롯데월드, 고양 킨텍스, 용인 에버랜드 등 상위 5곳 중 지방 관광지는 순천만국가정원이 유일하다.
남수환 한국정원문화원 실장은 “10년 만에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순천만국가정원 외에 마을에도 정원을 꾸며 도시 전체를 정원 박람회장으로 활용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은 정원 박람회를 도심 녹지공간을 늘리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2015년 상암 월드컵공원에서 시작된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매년 여의도공원, 뚝섬 한강공원 등 도시 전역을 돌며 이어오고 있다. 올해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지난 5월부터 10주년을 맞아 보라매공원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이다. 1997년부터 ‘고양국제꽃박람회’를 개최한 경기 고양은 지난해까지 16회째 행사를 이어오면서 ‘정원 도시’ 이미지를 굳혔다. 내년 4월부터 한 달간 꽃지해안공원에서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를 여는 태안은 정원 박람회 요소인 ‘원예’를 ‘치유’와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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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박람회는 기능을 잃은 구도심이나 공장 지대를 되살리는 도시 재생의 기회로도 활용되고 있다. 2년 주기로 도시를 순회하며 70년째 이어지고 있는 독일 ‘연방정원박람회’(BUGA)는 정원 박람회를 활용한 도시 재생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9년 하일브론에서 열린 BUGA는 전쟁 잔재물과 오염된 토양으로 기능을 상실한 네카 강변 40만㎡ 규모 산업단지를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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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울산국제정원박람회 기획단장은 “폐수 오염으로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태화강 일대와 산업 폐기물 매립지에 정원을 조성해 생태·관광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원 박람회가 도시 이벤트로 성공하기 위해선 도시 개발과 환경, 경제, 복지, 관광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장기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역 단체장의 치적 쌓기, 보여주기식의 무분별한 행사개최 경쟁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수환 실장은 “정원 박람회는 시대적 이슈인 탄소중립과 도시 생존에 필수 요소로 떠오른 녹지 인프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 활성화까지 이어지는 지역의 새로운 전략적 자산”이라며 “단순 이벤트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도시 환경과 인프라 체질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개발·정비 프로젝트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