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약속했던 아파트 층수를 14층에서 21층(118미터)으로 올리는 ‘118 프로젝트’가 무산된 데다 조합에서 요구한 아파트 단지 내 관통도로를 없애는 데도 실패하면서 조합 일부에서 시공사 교체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합은 대우건설 유지와 해지를 놓고 분열하고 있다. 대우건설 유지를 주장하는 쪽에선 시공사 교체시 공사 지연은 물론 조합원이 감당해야 할 분담금이 커진다고 우려한다. 시공사 교체시 당장 대출 계약 위반으로 대출액의 20%를 위약금으로 물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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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7개월 만에 또 재신임 받는 ‘대우건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오는 27일 오후 2시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대우건설 시공사 지위 유지 여부를 투표한다. 한남2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에 지하 6층~지상 14층, 31개동, 1537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3.3㎡(평)당 770만원, 총 7909억원 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남2구역 조합과 대우건설이 틀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경태 한남2구역 조합장이 2023년 5월 당선된 후 대우건설은 그 해 9월에도 재신임 투표를 거쳐 시공사 자격을 유지했다.
대우건설은 2022년 11월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해발고도 90미터이던 고도제한을 118미터로 높여 아파트 층수를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는 ‘118프로젝트’를 제안했으나 서울시 반대로 해당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아파트 층수를 높이면 남산이 가려지기 때문에 ‘고도 제한’은 2016년 한남지구 재정비촉진계획이 꾸려질 때부터 유지돼왔던 확고한 방침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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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서울시 반대로 고도제한도 완화하지 못하고 관통도로도 제거하지 못하면서 대우건설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하게 된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관통도로 제거 대신 덮개공원이라든지, 지하 쪽으로 대형 커뮤니티를 통한 연결을 검토하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재신임 투표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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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 교체시 2700억 손실에 관리처분 인가도 미뤄질 판
홍 조합장은 시공사 교체시 탑티어(Top-tier) 건설사가 참여할 것이라고 조합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인근 한남4구역은 삼성물산이, 한남3구역은 현대건설이 맡는다. 그러나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조합원들이 분담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한 데다 사업 지연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이 한남2구역을 맡는다고 해도 대우건설이 풀지 못했던 고도제한을 완화하거나 관통도로를 제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로 인해 조합 내부에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남2구역 조합은 신영증권을 주축으로 하는 대주단과 국공유지를 매입하면서 1676억원의 브릿지론을 맺고 있는데 대우건설이 여기에 연대보증을 선 형태다. 조합이 이러한 형태의 대출 계약을 깰 경우 기한이익 상실로 평가, 연대보증인인 대우건설이 대출금을 대위변제하게 되고, 조합은 대우건설의 대위변제가 모두 이뤄질 때까지 연 20%로 지연배상금(위약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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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부터 한남2구역 관리처분 인가 계획에 대한 타당성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데 시공사 교체시 변경된 시공사와의 계약서 사본이 필요하다는 게 용산구청의 입장이다. 조합은 6월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 역시 미뤄질 전망이다. 그로 인해 1년 반 가량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대우건설이 시공사 교체와 관련된 가처분 금지 신청을 낼 경우엔 시공사 선정이 2년 넘게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남2구역 내 한 조합원은 “관리처분 인가도 안 된 상황에서 시공사를 교체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카드”라며 “시공사 교체시 위약금을 얼마나 물어야 하는 지 등에 대해 조합장이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시공사 교체시 얻게 되는 불이익이 뻔함에도 시공사를 교체한다는 것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아파트 가격 상승 가치가 달라질 수 있음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