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반겼는데, 결국은 ‘대형사 잔치’
최근 신협중앙회가 처음으로 진행한 벤처펀드 출자사업 결과에서도 비슷한 실정을 엿볼 수 있었다. VC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업에는 20개 이상의 VC들이 지원해 7대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운용사(GP)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그러나 최종 선정된 곳은 LB인베스트먼트와 아주IB투자 등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단골로 이름을 올리는 대형 하우스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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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트랙 레코드가 풍부한 대형사들이 유리한 구조”라며 “GP 선정에 있어 평가 기준 자체가 중소형사를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선정된 LB인베스트먼트는 3000억 원 규모의 ‘엘비넥스트퓨처펀드’를 조성 중이고, 아주IB투자도 2000억 원 규모의 ‘아주 좋은 벤처펀드 3.0’을 준비 중이다.
“대형·중소형 분리된 리그 필요”
문제는 이러한 출자구조가 벤처생태계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VC 대표는 “대형사만 배제하는 것은 역차별일 수 있기 때문에, 대형·중형·소형 리그를 나눠 평가하고 출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며 “결국 공정한 기회가 보장돼야 전체 생태계의 수익률도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출자 사업에서 Co-GP(공동 운용) 전략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구조 역시 중소형 VC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요소로 꼽힌다. Co-GP는 하나의 펀드를 둘 이상의 VC가 공동 운용하는 방식으로, 최근 벤처업계에선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펀드레이징 환경이 악화되면서 공동 운용을 통해 자금 조달의 부담을 나누는 방식이 선호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연기금과 공제회 등 주요 출자자(LP)는 수익률 중심의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며 Co-GP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P 입장에선 의사결정 지연이나 책임 소재 문제로 인해 공동 운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단독 자금매칭이 가능한 대형사만 선택하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VC 관계자도 “자금의 수혜자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민간자금과 모태펀드를 같은 선상으로 보고 동일한 기준을 요구할 순 없다”면서 “수익률을 생각하더라도 다양한 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결국 중요한 건 출자금 자체보다 그 자금을 쓸 수 있는 주체가 누구냐는 점”이라며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대형사 중심의 생태계가 굳어지게 되고, 이는 혁신적인 초기 기업 발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